[이정연의 꼬리물기] 툭 하면 실력행사, 초심 잃은 팬심

입력 2017-08-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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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 과도한 요구와 주장을 제기하는 이상현상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엠넷

워너원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 과도한 요구와 주장을 제기하는 이상현상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엠넷

‘권력의 맛’은 참 대단한가보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영향력’이 있는 팬들이라면 그 맛에 취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니까 말이다. 어느 새부터인가 팬들은 ‘팬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상의 것을 하려고 든다. 스타의 존재의 이유이자 인기의 원천이 바로 팬심에서 나온다는 ‘만고의 진리’를 잘 알고 있기에 스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변까지 좌지우지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물론 한결같이 물심양면으로 응원한 스타들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실망을 안겼다면 팬으로서 의견을 내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에서 벗어나 “너희가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데”라는 논리만 앞세우고 달려든다면 누구도 당할 재간이 없다.

최근 들어 팬들이 적극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신드롬급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을 중심으로 일부 팬들은 “유료 문자투표 한 돈을 돌려 달라”며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들이 ‘투자’해 1위로 만든 멤버 강다니엘이 그룹 내에서 역할이 적어졌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또 다른 팬들은 안무와 노래를 1위인 강다니엘 위주로 다시 바꿔달라는 목적으로 또 다른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YMC엔터테인먼트에 항의성 전화를 수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멤버 박지훈의 팬들은 그의 소속사 마루기획 측에 “박지훈의 전속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전속계약을 파기할 수 있게 비용을 걷어 위약금을 물어주자는 팬들도 많다. 연기자가 주로 있는 마루기획에서 박지훈의 가수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수 없을 것이라며 ‘탈(脫) 마루’를 외치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공식 팬클럽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 판매하는 모든 상품 구매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소속사가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고 수익창출 수단으로 멤버들을 이용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팬들의 행동은, 스타나 소속사 측이 팬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걸 알고 더 과격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요구나 주장은 명확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돼야 설득력을 얻는다. 막강한 팬덤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달라고만 요구한다면, 이는 떼쓰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스타와 기획사는 막무가내식 생떼보다 냉철한 이성(理性)을 더 무서워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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