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LG의 가을야구가 위태롭다. 5강 순위싸움에 결정적일 수 있었던 24일~25일 사직 롯데전에서 2패를 떠안은 게 가장 뼈아팠다. 결과보다 내용이 나빴다. 두 경기에서 LG 야수들이 범한 실책수가 무려 5개였다. 24일에는 0-6으로 뒤진 7회 1사 1·2루서 유강남의 송구가 중견수 쪽으로 빠지면서 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추가점을 내주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25일에도 2-0으로 앞선 2회 무사 2루서 강민호의 좌전안타 때 좌익수 이형종의 홈송구를 유강남이 잡지 못해 동점을 허용했다. 2-6으로 뒤진 7회 1사 1·3루에서는 나경민의 2루 도루를 막으려던 유강남의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추가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LG의 실책수는 3개나 됐다. 특히 2-4에서 어렵게 4-4, 동점을 만든 8회말 2루수 강승호의 치명적인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닉 에반스의 안타로 무사 1루를 만든 두산은 박세혁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주문했다. 대주자 정진호는 번트 때 2루에 안착하며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문제는 비어있는 3루였다. 정진호는 3루가 빈 것을 확인하고 뛰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이때 1루에서 공을 잡은 2루수 강승호가 갑자기 수비수가 없는 3루로 강하게 공을 던졌다. 뛰려는 주자에 당황한 것인지, 상대의 3루 쪽 주루코치를 ‘아군’으로 착각한 건지,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유격수 손주인을 보고 던진 건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은 3루 쪽 파울지역을 지나 불펜 벽을 맞고 떨어졌고 그 사이 상대주자는 홈을 밟았다. 결국 이 점수는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지난 26일 경기에서 송구실책을 범한 강승호. 사진|MBC SPORTS+캡쳐
야구는 어렵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기지 못한다. 반대로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투수가 무너지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그런데 투수력, 타력보다 더 중요한 게 수비력이다. 수비에서 치명적 실수가 나오면 팀은 ‘필패’다. 실제 27일 마산 NC전에서 KIA 이범호는 개인 통산 300홈런을 치고도 7회 실책 하나로 역전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작은 틈새가 결국 댐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LG가 앞으로 넥센, SK 두 팀과 겨뤄 5강행 막차를 타기 위해서는 수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디테일한 플레이가 이뤄져야만 가을야구행 티켓을 거머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