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게 끝난 ‘장군’ 롯데-‘멍군’ 두산의 명품대결

입력 2017-08-29 2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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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대세팀’다웠다. ‘장군’하면 ‘멍군’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8월 한 달간 18승1무5패(두산), 17승7패(롯데·28일 기준) 등 후반기 승률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과 롯데가 잠실에서 만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9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최근 가장 상승세에 있는 팀을 만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에게 변칙투수운용은 없다. 순리대로 한다”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롯데 조원우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두산도 상승세지만 우리 기세도 좋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사령탑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었다. 이날 양 팀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다. 1회초 롯데가 최준석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내자, 1회말 두산이 닉 에반스의 좌중간적시타로 곧바로 따라잡았다. 3회말 두산이 3안타·1볼넷을 묶어 3점을 내자 이번에는 5회초 롯데가 문규현의 솔로홈런과 최준석의 희생플라이로 1점차 추격에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다. 7회초에는 강민호와 앤디 번즈의 적시타로 5-4로 역전에 성공하다. 그러나 호락호락 당할 두산이 아니었다. 7회말 곧바로 두산이 선두타자 류지혁의 솔로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5-5, 동점이 되자 양 팀을 둘러싼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신경전도 팽팽했다. 그런데 승부는 허무하게 갈렸다. 두산 민병헌은 7회말 1사 만루서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타구를 잡아 홈으로 던졌다. 만루였기 때문에 3루주자였던 박건우는 포스아웃됐다. 이때 공을 잡은 롯데 포수 강민호가 2루주자 김재환이 3루에 다다르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급히 3루로 공을 던졌고 롯데 3루수 김동한이 송구를 잡아 베이스를 밟았다. 더블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되는 듯했다.

그런데 3루심 박근영 심판이 갑자기 아웃제스처를 취했다가 다시 세이프를 선언했다. 포스아웃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보다 먼저 베이스를 밟지 못한 김재환은 아웃이 돼야했지만, 3루수 김동한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는 게 심판의 설명이었다.

두 명의 주자가 모두 아웃인 줄 알고 있었던 롯데는 설상가상으로 비디오판독을 할 찬스마저 놓쳤다.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시간(30초)을 놓쳤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판정번복에 대해 약 8분간 심판진에 항의를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이어진 만루찬스에서 폭투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아 6-5로 재역전했다. 이 점수는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도망가면 쫓아가고, 쫓아가면 도망가는, 치열했던 접전은 애매한 상황으로 인해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승부는 7-5 두산 승리였지만, 양 팀 선수들은 ‘대세팀’답게 팬들에게 짜릿한 명품승부를 보여줬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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