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선빈.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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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선빈(28)은 8월까지 시즌 타율 0.384(380타수 146안타)를 기록하며 KBO리그 타율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그는 올 시즌 그야말로 ‘작은 거인’의 위엄을 톡톡히 보이고 있다. 최형우(KIA), 김태균(한화), 나성범(NC) 등 쟁쟁한 거포 자원들을 제치고, 타격왕을 향한 여정을 시즌 말미까지도 여전히 순조롭게 하고 있다.

중심타선도 아닌 하위타선에서 만든 성적이기에 김선빈의 활약은 더욱 놀랍다. 그는 시즌 내내 줄곧 9번타자 역할을 맡았는데, 무려 0.393의 타율을 기록하며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9번타자임을 과시했다.

그런 김선빈에게 최근 변화가 찾아왔다. 팀 사정으로 인해 타순이 변경된 것이다. 상위타선에서 맹타를 휘두르던 김주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지는 일이 잦아졌고, 김기태 감독은 김주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타격감이 좋은 김선빈을 상위타선에 배치했다. 그는 29일 대구 삼성전부터 줄곧 2번타자로 출전했다.

김선빈은 삼성과 2연전에서 8타수 2안타로 주춤했으나 31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진가를 발휘했다. 어색한 듯 했던 2번타순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기록하며 예비 타격왕의 위엄을 보였다.

두산과 KIA의 맞대결은 시즌말미 최고의 ‘빅 매치’였다. 쫓기는 KIA로서는 1위 수성을 위해 반드시 맞대결에서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 초반부터 두 팀은 점수를 주고받으며 3-3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승부는 4회말 KIA의 공격에서 갈렸다. KIA는 이범호와 김민식의 볼넷과 상대 패스트볼로 2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득점권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2번타자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상대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5구를 정확하게 잡아당겨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주자 2명이 모두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KIA는 순식간에 5-3까지 달아났다. 분위기를 탄 KIA는 이후 6회까지 매 이닝 득점에 성공했다. 두 팀의 점수는 어느새 9-3까지 벌어졌다.

수세에 몰린 두산은 KIA의 맹공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에이스’ 니퍼트가 4이닝 만에 조기강판됐고, 타자들은 상대 선발 팻딘의 공에 연신 배트를 허공에 휘둘렀다. 패색이 짙어지자 타자들의 신경도 곤두섰다.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민병헌이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에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명령을 받았다.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도중 헬멧을 바닥에 집어던진 것이 원인이었다. KIA는 이후 7회초에 1점을 내줬으나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최종 9-4로 승리했다. 2위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웃으며 격차를 3.5게임차까지 벌렸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