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두 마리 토끼 잡은 女야구대표팀 4번타자 한지윤의 이력서

입력 2017-09-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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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야구대표팀 한지윤이 28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제3회 LG컵 국제야구대회 일정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야구선수를 꿈꾸던 한 소녀가 있었다.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와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 덕분에 한국여자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우뚝설 수 있었다. 동봉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4번타자 한지윤(19·서울 후라) 얘기다.

한지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리틀야구팀에 입단해 꿈을 키웠다. 2010년에는 한 케이블TV 채널의 야구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리틀야구팀에 들어가서 처음 야구공을 잡았어요. 그런데 야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야구와 공부를 병행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팀을 알아봐 주신 덕분에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꿈이 이뤄진거죠.”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4회말 무사 1, 3루에서 한국 홍은정 타석 때 이중 도루로 득점에 성공한 한지윤이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를 하기 위해선 학업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에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야구에 투자할 시간이 다소 줄었지만, 한지윤은 한 장의 잎사귀보다 한 그루의 나무, 한 그루의 나무보다 숲을 봤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2017년 수시 예체능 서류전형을 통해 이화여자대학교 체육대학에 합격했다. 한결 부담을 내려놓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어떻게든 야구를 하고 싶어서 이화여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제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잖아요. 대학 진학이라는 관문을 넘은 덕분에 조금은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한지윤은 2일(한국시간)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2017 제1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아시안컵’에 대표팀 4번타자로 출격한다. 2018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대단하다. 동 감독은 한지윤에 대해 “성장세가 굉장히 빠른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한지윤은 “4번타자는 확실히 무게감이 있는 자리”라고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선의 4번타자가 이대호(롯데) 선수잖아요. 항상 보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경기를 치르면서 야구는 멘탈(정신력) 게임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투수도 해봤는데, 한 번 무너지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겠더라고요. 그래서 수비를 할 때도 항상 투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죠.”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2루에서 한국 한지윤이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지윤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뚜렷했다. “여자선수들이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해야 한다”던 동 감독의 의지와 일맥상통했다. “어린 여자선수들이 직업으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제가 유명해지기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언니가 되고 싶어요. 그저 열심히 제 자리에서 언니와 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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