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에 울었던 kt 고영표, 타선 덕분에 웃다

입력 2017-09-03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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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렷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 시즌 kt의 히트상품은 고영표다. 그는 생애 첫 풀타임 선발등판에도 팀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했다. 기록으로 드러난다. 2일까지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12패, 방어율 5.00을 기록했다. 실점이 많아 방어율이 높고, 승운이 없어 패수가 많지만 세부기록은 좋았다. 일단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0번이었다.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2번이나 됐다. 경기당 평균 5.2이닝을 책임졌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30으로 빼어났다.

3일 수원 SK전에서도 고영표의 진가가 드러났다. 5이닝 9안타 5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사실 빼어난 기록이 아니었다. 다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그는 SK 타자들을 상대로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다. 5-0으로 앞선 4회 폭투로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이어 나온 박정권~제이미 로맥을 2루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내는 담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5회였다.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2루타를 허용하더니 1사 2루서 4연속 안타로 3실점하며 5-4,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근 타격감이 좋은 정의윤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끝까지 1점차를 지켰다.

고영표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자 타선도 힘냈다. 그가 실점한 뒤 바로 다음 이닝이었던 5회말 SK 불펜을 상대로 무려 8점을 뽑아냈다. 덕분에 고영표는 4실점하고도 시즌 8승(12패)을 거뒀다.

그동안 고영표는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잘 던지고도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가 이렇다. 이번에는 힘겨운 싸움을 한 그를 위해 타자들이 ‘승리’를 선물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값진 ‘1승’을 감사히 받았다. 시즌 10승에 대한 희망도 키웠다.

수원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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