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웃기고 울리다 ‘묵직한 한 방’ (종합)

입력 2017-09-06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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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을 노린 흔한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도깨비 할매와 9급 공무원의 상극 케미가 그려낸 ‘아이 캔 스피크’의 종착역에는 아픈 한국의 역사와 ‘현실’이 담겨 있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 나문희가 옥분을 이제훈이 민재를 연기했다.

나문희와 이제훈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장충단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현장에는 ‘아이 캔 스피크’를 연출한 김현석 감독도 함께했다.

먼저 나문희는 “이제훈이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해줬다. 정말 똑똑한 친구다. 나를 친할머니 대하듯 잘 해줬다.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제훈 또한 “존경하는 선생님과 연기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내가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맞아주시더라. 우리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아들이나 손자처럼 선생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 옆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영화를 보니까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초반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오는 재미는 보는 이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재기발랄하게 관객들을 웃기던 ‘아이 캔 스피크’는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흐름이 옥분의 과거사에 집중되면서 부터다. 옥분은 열세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인물. 그곳에서 정심(손숙)과 만났고, 탈출했고, 노인이 되기까지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옥분의 과거사를 모르고 봐도 슬프고 알고 보면 더 슬프다. 180도 달라지는 극의 분위기가 무겁거나 불편하다기보다 먹먹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왜 일까.

김현석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다가 중후반에 위안부 이야기가 밝혀진 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위안부 소재 영화는 ‘귀향’ 등 정공법으로 다룬 작품들도 있지만 ‘아이 캔 스피크’는 우회적이면서 할머니들을 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면서 “과거 연출했던 ‘스카우트’도 코미디인데 광주 항쟁을 이야기한 작품이었지 않나. 더 끌리고 자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그런데 막상 만들면서 할머니들을 조사하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최대한 코미디로 가다가 후반부 피할 수 없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 또한 위안부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알면 알수록 더 마음아파진다는 변명으로 깊게 모르고 살아왔다. 민재처럼 할머니의 사연을 모르고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우리’라고 생각했다”며 “아픔을 묘사하는 장면은 회상으로 짧게 나온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시각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나문희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더라. 그 분들은 얼마나 지옥 속에서 살았겠나 싶더라. 고사 지낼 때 할머니들께 ‘배우로서도 한 몫하고 영화로도 한 몫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9월 21일 추석 시즌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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