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7년간 없었던 순수 구원 10승투수 대거 등장 조짐, 왜 일까?

입력 2017-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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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진성. 스포츠동아DB

2009년 두산 임태훈(11승5패4세이브13홀드) 이후 지난해까지 KBO리그에 구원으로만 10승 이상을 따낸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두 자릿수 구원승은 보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프로 초창기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러나 선발과 불펜, 더 나아가 필승계투조와 추격조 등 투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이 주어진 요즘은 다르다. 특히 불펜진의 경우 개인 승리보다는 홀드와 세이브 등의 지표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투수들도 개인보다 팀의 승리를 강조하고, 이닝과 방어율 등 팀에 도움이 되는 지표에 더 신경을 쓴다.


● 순수 구원 10승투수 대거 등장 조짐

그런데 올 시즌에는 순수 구원 10승의 주인공이 여럿 나타날 듯하다. 이미 NC 김진성이 7일 마산 SK전에서 구원승을 거두며 10승(4패15홀드)째를 따냈다. 2009년 이후 8년 만이었다. 11일까지 나란히 구원으로만 8승을 따낸 배장호(롯데)와 정찬헌(LG), 7승을 기록 중인 김강률과 김승회(이상 두산), 김윤동과 임창용(이상 KIA)도 잠재적인 순수 구원 10승 후보다. 배장호는 8월 8일 사직 kt전에서 일찌감치 8승째를 따냈는데, 오히려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이는 8월 이후에만 4승을 챙긴 김진성이었다. 김진성은 올 시즌 62경기에서 방어율도 2.84(82.1이닝 26자책점)로 수준급이다. 동점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을 봉쇄하고 팀이 이긴 덕분에 승리투수가 되는 최고의 패턴이었다. 0.208의 기출루자 실점허용률(기출루자 48명·10실점)은 김진성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잘 버텨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선발투수의 승리요건을 지우고 뒤늦게 타선이 폭발해 구원승을 따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진성의 사례를 보면 순수 구원 10승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다.

롯데 배장호-LG 정찬헌-두산 김강률-김승회-KIA 김윤동-임창용(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불펜야구의 중요성? 선발야구의 약화?

순수 구원 10승 후보가 많아진 데 대해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큰 틀에서 보면, 선발야구와 수비의 약화, 타고투저의 흐름이다. MBC스포츠+ 이종범 해설위원은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제하며 “선발진의 약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본다. 계투진을 앞세운 팀은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서 불펜진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방송사의 차명석 해설위원도 “타고투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며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경기가 많아 계투진이 그만큼 승리를 따낼 기회를 많이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김진욱 감독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며 “수비에 핸디캡이 있으면, 선발투수가 오래 버티기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불펜진의 역할분담이 확실해졌는데, 구원 10승 후보군을 살펴보면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승부처에 어떻게든 잘 막아내야 승리도 따라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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