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기록으로 본 ‘최대 위기’ 넥센 괴롭히는 승부처 트라우마

입력 2017-09-13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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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5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넥센이 7위로 추락했다. 13일까지 9월 10경기에서 1승1무8패(승률 0.111)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는데, 이 가운데 4경기에서 1점차 패배를 당했고, 연장전 패배도 두 차례다. 넥센으로선 올 시즌 내내 겪었던 ‘승부처 트라우마’가 살얼음판의 승부처에서 노출되는 바람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강 경쟁상대인 LG, SK와 마지막 2연전에서 1무 3패로 무너진 것도 뼈아프다.


● 1점차 승부가 무섭다

넥센은 올 시즌 1점차 승부에서 14승26패(승률 0.350)를 기록했다. 승패마진이 마이너스(-) 12에 달한다. 같은 상황에 승률 1위(0.647·22승12패)를 기록한 NC를 보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이는 넥센의 치명적 약점인 불펜의 불안요소와 궤를 같이한다. 올 시즌 넥센의 불펜진 방어율은 5.31로 6위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마무리투수 김세현(KIA)을 트레이드한 것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터다. 김세현은 이적 후 14경기에 등판해 1패4세이브, 방어율 3.14를 기록하며 KIA 불펜의 약점을 상쇄했다.

게다가 8월 이후 넥센 불펜진의 성적은 5승11패8세이브 19홀드, 방어율 5.27로 좋지 않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은 패전을 기록했고, 방어율도 8위다. 선발진이 17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10승9패, 방어율 4.38로 선전했지만, 뒷문이 워낙 헐거워진 탓에 승리요건을 갖추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현희를 필승계투조로 고정해 김세현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이 계산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12승을 거둔 선발 최원태와 필승계투조의 일원 조상우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기존 투수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이보근과 김상수의 부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최원태와 조상우는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했다.

넥센 김상수. 스포츠동아DB



● 승리 제로, 연장 공포증

넥센은 올 시즌 유일하게 연장전 승리가 없는 팀이다. 10경기에서 2무8패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 시즌 연장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은 없었다. 지난 2년간(2015~2016 시즌) 연장 승부에서 11승2무9패(승률 0.550)를 기록한 넥센의 승부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8월 이후 연장전에서 1무4패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5회까지 리드시 최다 역전패(7패)의 성적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승부처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기간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 타율이 0.236(246타수 58안타)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올 시즌 같은 상황에서 타율 0.274(723타수 198안타)를 기록했던 타자들의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해설위원은 “마이클 초이스와 장영석이 잘해주고 있는 데도 시너지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기존 선수들이 지친 탓”이라고 진단했다. 장 감독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강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넥센으로선 1점차 승부와 연장혈투의 낮은 승률을 극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해야만 가을잔치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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