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시계가 멈추면, 불사조가 뜬다

입력 2017-09-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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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드라마 축구에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추가시간 득점 하나로 승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7시즌 K리그 클래식을 뜨겁게 달구는 상주의 뒷심에 주목해볼만하다. 9월 16일 광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고 포효하는 상주 김호남(가운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각본 없는 드라마, 극장골의 모든 것

16일 광주전 후반 45분 이후 폭풍같은 2골
상주, 올 시즌 추가시간에 7골 K리그 최다
FC서울 데얀 3골·박주영도 2번의 끝장골

스포츠는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마지막 결말까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정규시간 90분은 물론이고 경기 도중 낭비한 시간을 보충해주는 추가시간까지 긴장과 이변이 계속된다.

피치에서 절대로 눈을 뗄 수 없는‘집중의 종목’은 매 순간이 흥미진진하지만 그 가운데 백미는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터지는 골이다. ‘버저비터 득점’으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통한의 무승부도 나온다.

막바지로 치닫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득점이 많이 터져 나온다. 시즌 개막전부터 시작해 34골이다. 빈도가 아주 잦은 것은 아니다. 물론 5분 남짓의 후반 추가시간에 화끈한 화력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막판 1골 정도를 기대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런데 9월 16일 펼쳐진 정규리그 29라운드는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 강렬한 불사조 정신

상주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 상주상무-광주FC의 꼴찌다툼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승점 6점짜리 매치업이어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승점 25의 상주가 11위에 랭크된 가운데 12위 광주는 승점 20으로 추격했다.

경기는 상주의 3-2 승리로 끝났다. 광주가 이겼다면 2점차로 따라붙을 수 있었으나 격차는 8점으로 더 벌어졌다. 상주가 맛본 올 시즌 홈 2번째 승리의 감동도 컸지만 후반 45분부터 터진 추가시간의 득점공방은 강렬했다.

스코어 1-1에서 후반 46분 상주 주민규가 장군을 부르자 2분 뒤 광주 조주영이 멍군으로 맞섰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불과 1분 만에 상주 김호남이 결승골을 뽑았다.

상주의 후반 추가시간 퍼포먼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골을 넣은 경기도 있다. 8월 20일 대구FC 원정이었다. 0-2로 패색이 짙었다. 그래도 불굴의 불사조 정신을 잃지 않았다. 후반 45분 시계가 멈춤과 동시에 주민규가 추격에 시동을 걸더니 후반 51분 임채민이 끝내 동점을 만들었다.

이렇듯 상주는 후반 추가시간에 유난히 강했다. 후반 45분 이후 득점이 무려 7골이다. 시즌 득점 30골 가운데‘버저비터 득점’비중이 가장 높다. 29라운드 현재 후반 추가시간에 2골 이상 터진 경기가 2차례였는데 전부 상주가 기록했다. 주민규가 3골, 김호남이 2골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FC서울 데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집중하고 또 집중하라!

FC서울의 후반 추가시간 화력도 만만치 않다. 6골이다. 몬테네그로 골게터 데얀이 3골로 주민규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박주영이 2골을 뽑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고만고만하다. 제주 유나이티드∼수원삼성∼포항 스틸러스가 나란히 3골을 기록 중이다. 상주, 서울과는 달리 득점범위도 골고루 분포됐다. 3명이 1골씩 책임지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자랑했다.

통산 5번째 K리그 정상을 넘보는 전북현대와 2위 싸움을 벌이는 울산현대, 상위 스플릿(1∼6위) 진입을 1차 목표로 삼은 강원FC, 뜨거운 생존다툼을 벌일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2골을 넣었다.

전북만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2골을 전부 책임졌을 뿐 나머지 팀들은 득점자가 전부 달랐다. 대구와 광주가 가장 저조한 1골씩 넣은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 득점이 나온 것은 31경기다. 이 가운데 무승부로 끝난 것은 5회, 승패가 갈린 경기는 13회였다. 나머지 13경기는 추가시간 골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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