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광현 “아내와 딸의 존재가 내 연기를 바꿨다”

입력 2017-09-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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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광현.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20년의 연기 생활을 한 박광현은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 SBS ‘언니는 살아있다’ 찌질한 악역 박 광 현

요샌 가족을 굶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하죠
날 비난하는건 괜찮지만, 가족 인신공격은 제발…


연기자 박광현(40)은 올해 데뷔 20년을 맞았다. 1997년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20년의 시간을 보낸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니” 오늘을 맞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0대는 긴 터널”이었다고 돌이킨다. 초조한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웃으며 되돌아볼 수 있다.

박광현은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만큼 얼굴도 변했다. 서른 후반부터 조금씩 보이던 흰머리가 많아졌다”며 웃는다. 이어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있는데 어렵더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웃음). 저는 제 몸으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나”라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는 곧장 “연기가 쉽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본 암기가 가장 힘들다. 하하! 연기라는 정해진 일을 하지만 작품과 캐릭터가 매번 다르다. 또 연출자와 작가 성향에 따라 표현 방법도 달리해야해 연기는 반복적이지만 똑같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현재 출연 중인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박광현의 연기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안겨준 작품이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대놓고 나쁜 놈 역할”을 맡아 일부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관련 인터넷 기사 댓글에도 ‘악플’이 수두룩하다. 물론 박광현이 아닌 캐릭터를 향한 비난과 지적이다.

그는 “크지 않은 역할이지만 시청자에게 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비난도 드라마를 봐야 할 수 있지 않나. 그만큼 보시는 분들이 많다는 반응이라고 생각해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전과 다른 ‘연기자 박광현’으로 시청자 앞에 선 사실이 기분 좋다는 그는 “이 정도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 않나. 하하! 연기자로서 다른 이미지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린 기회였던 것 같다”고 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가족을 향한 인신공격은 자제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는 내성이 생겨서 아무렇지도 않는데 가족들에 대해서는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연기자 박광현.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보고 ‘갑자기 망가졌다’고 한다. 저는 나이를 먹고 있는데 사람들은 20대의 풋풋하고 미소년 같은 모습을 기억하시는 것 같다.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연연하지 않지만 한번 각인된 느낌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오래 남더라.”

평소 집착하지 않고 의연하지만, 30대에는 이 성격으로도 버티기 힘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2005 년 MBC 드라마 ‘단팥빵’을 마치고 바로 군 입대한 박광현은 2007년 제대 후 1년 반 동안을 “놀았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환장하겠더라. 연기가 하고 싶어 죽겠는데, 복귀할 날을 기다리며 열의에 불타 군대에서 살도 빼고 몸도 만들었는데 말이다. 그때가 한창 한류 붐이어서 일본에서의 인기 여부가 캐스팅의 큰 요건이었다. 2년의 시간 동안 현장 시스템이 달라져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30대를 보냈다. 분명 출연하고 있는데 주변으로부터 왜 TV에 나오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수 없이 받기도 했다. 연기자로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듯한 현실은 그를 힘들게 했다. 그 무렵, “연기 잘하는 놈이 잘 하는 게 아니라 체력 좋은 놈이 잘 하는 것”이라는 이순재의 말에 힘을 얻었다. 이 한 마디에 마음이 편해지고 해방되는 느낌도 받았다. 2014년 결혼, 2016년에 딸을 얻으면서 여유로움은 더욱 커지게 됐다. “아이가 생기면서 심적인 안정감이 커졌다. 아이가 주는 에너지가 강해 저도 덩달아 달라졌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연기하는 데 원동력의 하나”라고 했다.

아내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본 적 없지만 지금 그의 휴대전화를 켜면 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인다. 생활의 모든 것이 아이 중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는 박광현은 “활동을 하느라 (집안일을)많이 도와줄 수 없지만 ‘3년 만 고생하자’며 어깨를 다독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가족을 굶기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기도 한다. 하하! 그만큼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위해 뛰고 있다. 힘들기도 하지만 재밌고, 즐겁게 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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