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갈 데까지 갔다”vs침묵…MBC, 녹화 뉴스 논란 (종합)

입력 2017-09-28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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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화면.

“갈 데까지 갔다”vs침묵…MBC, 녹화 뉴스 논란

MBC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뉴스를 녹화 방송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이날 ‘뉴스투데이’(오전)와 ‘이브닝뉴스’(저녁) 모두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 송출됐다. 이는 생방송을 진행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따른 사측의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녹화 체제로 전환한 것은 물론 방송 시간도 축소된다. 1시간20분간 방영된 ‘뉴스투데이’는 28일부터 오전 7시부터 약 20분간 송출된다. ‘이브닝뉴스’는 편성표에서 제외된다. 10월 2일 편성안에서 배제되면서 정규 편성에서 제외된 것.

하지만 MBC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MBC 기자협회 비대위)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녹화 뉴스’가 말이 되냐는 것. 그중에서도 MBC 기자협회 비대위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뉴스 인질극’이라고 이번 사태를 지적했다.

MBC 기자협회 비대위는 “대체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어제(26일) 보도국에 나붙은 공지 한장은 막장 뉴스의 극단이었다. 오후 5시 ‘이브닝뉴스’와 오전 6시 ‘뉴스투데이’를 ‘녹화’ 방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브닝뉴스’의 경우 ‘리포트 3개를 자막까지 입혀 3시까지 납품하라’며 ‘상황변화가 예상되는 아이템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오늘 ‘이브닝뉴스’는 오후 3시 녹화돼 편집을 거쳐 2시간 뒤 마치 생방송인 것처럼 전파를 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부터 녹화 방송될 예정인 ‘뉴스투데이’는 더 가관이다. 여기에는 아예 스트레이트 뉴스를 넣지 않고 ‘별별 영상’이나 ‘스마트 리빙’ 등을 사전제작해 비보도물로 채우겠다고 한다”며 “제정신인가. 그게 뉴스인가. 방송 뉴스의 목적과 존재 의의가 무엇인가. 시청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속보를 반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뛰어다니며 취재를 하고 방송 직전까지 숨가쁘게 기사를 써 온 것 아니었던가. 방송 사상 유례없는 ‘녹화 뉴스’를 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라고 물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MBC 기자협회 비대위는 “사전에 읽어놓은 앵커 멘트, 미리 짜놓은 큐시트로 마치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듯 뉴스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기극이다. 시청자들에 대한 파렴치한 기만이다. MBC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 가치를 제멋대로 재단해 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녹화 뉴스’는 더는 ‘뉴스’를 ‘뉴스’로 보지 않는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뉴스마저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는 방송 사유화의 정점이다. ‘갈 데까지 간’ 방송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시행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참가자 1682명 중 1568명이 찬성(93.2%)했다며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비슷한 시기 KBS 역시 총파업에 시작, 양대 공영방송이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면서 대체 프로그램과 스페셜 편성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총파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향후 총파업 결과가 주목된다.


<다음은 MBC 기자협회 비대위 성명 전문>

"뉴스 인질극을 멈추고 퇴진하라"

대체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어제 보도국에 나붙은 공지 한장은 막장뉴스의 극단이었다. 오후 5시 이브닝뉴스와 오전 6시 뉴스투데이를 '녹화' 방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브닝뉴스의 경우 “리포트 3개를 자막까지 입혀 3시까지 납품하라”며 “상황변화가 예상되는 아이템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오늘 이브닝뉴스는 오후 3시 녹화돼 편집을 거쳐 2시간 뒤 마치 생방송인 것처럼 전파를 탔다.

내일 아침부터 녹화 방송될 예정인 뉴스투데이는 더 가관이다. 여기엔 아예 스트레이트 뉴스를 넣지 않고 ‘별별 영상’이나 ‘스마트 리빙’ 등을 사전제작해 비보도물로 채우겠다고 한다.

제정신인가. 그게 뉴스인가. 방송 뉴스의 목적과 존재 의의가 무엇인가. 시청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속보를 반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뛰어다니며 취재를 하고 방송 직전까지 숨가쁘게 기사를 써 온 것 아니었던가. 방송 사상 유례없는 ‘녹화 뉴스’를 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의도는 뻔하다. MBC 구성원들의 강도 높은 총파업으로 뉴스 파행이 불가피해지자, 마치 문제가 없다는 듯 눈가림하겠다는 것이다. 뉴스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어떠하든, 일단 방송 시간을 채우는 ‘땜질’로 파행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사전에 읽어놓은 앵커멘트, 미리 짜놓은 큐시트로 마치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듯 뉴스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기극이다. 시청자들에 대한 파렴치한 기만이다. MBC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 가치를 제멋대로 재단해 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녹화 뉴스’는 더 이상 ‘뉴스’를 ‘뉴스’로 보지 않는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뉴스마저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는 방송 사유화의 정점이다. ‘갈 데 까지 간’ 방송 농단이다.

우리는 사측이 왜 이렇게 황당무계한 결정을 내렸는지 잘 알고 있다. 뉴스를 진행하던 2명의 기술 감독마저 오늘부로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제 남은 기술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를 담당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뉴스는 생방송으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녹화 뉴스’라는 정신 나간 방안을 들고 나온 보도국의 현실은, 우리가 왜 지금의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을 믿고 따를 수 없는지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 기자들은 이번 ‘녹화 뉴스’ 결정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사측은 대국민 사기극을 당장 중단하라. 그간 언론 부역 세력이 저지른 과오와 위법행위, 그로 인한 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은 얄팍한 눈속임으로 감추거나 축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식적인 대응이 계속될수록, 시청자와 국민 앞에서 치러야 할 죗값이 커질 뿐이다.

파업 탓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우리가 일자리와 생계를 뒤로 하고 파업에 나선 이유부터 고민해봐라. 뉴스의 기본을 부정한 ‘녹화 뉴스’는 뉴스에 칼을 들이대 김장겸의 자리를 지켜보겠다고 벌이는 인질극이다.

뉴스 정상화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김장겸 사장은 즉각 퇴진하라. 그간 편파 왜곡 보도로 MBC 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녹화 뉴스’라는 방송 사상 초유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가. 이번 결정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 수준은 한층 더 명확해졌다. 국민들 역시 더 이상의 뉴스 사유화와 보도 농단을 용납할 인내가 남아있지 않다. 더 이상 추락할 여지가 남아 있는가. 이제 그만하면 됐다. MBC 뉴스, 그 오욕의 역사는 이제 여기서 끝내라.

2017년 9월27일 MBC 기자협회 비대위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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