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1위’ 이제훈, ‘다른’ 선택으로 통한다

입력 2017-09-30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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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스포츠동아DB

배우 이제훈이 남과 다른 선택으로 연이어 흥행 1위를 맛보고 있다. ‘쉬운 길’ 대신 ‘어려운 길’을 택해 얻은 성과다.

이제훈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제작 영화사시선)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여느 30대 배우들의 선택과 달리 화려한 이야기와 캐릭터보다 소시민의 모습일 때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티켓파워까지 과시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21일 개봉해 첫 주말이 끝난 24일까지 누적관객 726만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살인자의 기억법’, ‘베이비 드라이버’ 등 유독 많은 영화가 극장에 쏟아졌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제훈은 올해 6월 영화 ‘박열’을 통해 역시 흥행 1위를 맛봤다. 어느 해보다 여러 작품을 소화해 내놓는 지금, 두 편의 영화가 연달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행운까지 얻고 있다.

이제훈은 비슷한 또래 배우들이 주로 범죄액션·스릴러 장르 등 이른바 ‘남자영화’에 주력하는 방식과는 차별화를 노렸다.

여러 명의 남자 배우들이 동시에 주연으로 나선 이른바 ‘멀티캐스팅’ 영화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자들이 대거 나서는 범죄액션 장르는 한동안 흥행이 보장된 영화로도 꼽혀왔고, 그만큼 배우들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제훈의 선택은 달랐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는 이제훈은 “오직 이야기만 보고 정한다”고 했다.

영화를 이끄는 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확신으로 자신의 출연작을 결정해왔다. 때문에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치열한 법정극인 ‘박열’에 참여했고, 76세의 노배우 나문희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아이 캔 스피크’ 출연 결정도 고민 없이 내렸다.

그런 이제훈을 두고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논리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확신대로 캐릭터와 이야기의 논리를 세워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먼저 주목받지 않고 상대 배우를 기꺼이 뒷받침하는 책임도 마다지 않는다. 덕분에 이제훈과 함께 한 여배우들은 곧 올해 한국영화를 대표할만한 배우로도 기록되고 있다. ‘박열’에선 신예 최서희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나문희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자신의 최고 흥행기록인 ‘건축학개론’(411만)까지 새로 쓸 가능성이 상당하다.

영화는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흥행 레이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킹스맨:골든서클’ 등 20~30대 관객층의 선호가 높은 영화들과 겨뤄야하지만 명절과 가장 어울리는 훈훈한 이야기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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