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좋은 의미로 관객에게 ‘배신감’ 주고 싶었다”

입력 2017-10-20 1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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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좋은 의미로 관객에게 ‘배신감’ 주고 싶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된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이 10월 19일(목)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되어 영화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 번째 살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올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영화 팬들과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 번째 살인’은 19일 언론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며 후반으로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에 다시 한번 불을 붙여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19일 2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최고의 화제작답게 수많은 언론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번째 살인’으로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함께 부산을 찾을 수 있어서 기쁘다. 초청을 해준 부산국제영화제와 자리에 참석해준 기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두 번째로 부산을 찾은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지난 번에는 일정이 빠듯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분위기를 느낄 시간이 없었는데, 올해는 부산의 매력을 느끼며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세 번째 살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대표하는 따뜻한 가족영화와는 결이 다른 법정 드라마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대단했다. 기존과 다른 장르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홈드라마를 많이 했던 것은 개인적인 생활 안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생겼던 10년간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시야를 넓혀 ‘일본 사회에 살면서 무엇에 절실한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을 파헤쳐 보고 싶었다. 홈드라마와 달리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세 번째 살인’의 기획 배경을 밝혔다.

‘세 번째 살인’에서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아 또 한번 강렬한 연기 변신을 예고한 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세 번째 살인’의 연기 비결을 "너무 채워가지 않고 여백을 갖고 현장에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가면 감독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준비해온 것과 실제 촬영 현장에서 직접 일어나는 일' 양쪽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대본에 직접 쓰여 있지 않지만 상대 배우와 연기하며 캐릭터가 가진 배경이나 다른 인물과의 관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세 번째 살인’은 변호사 시게모리와 피고인 미스미(야쿠쇼 코지)의 접견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그려지며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두 남자의 밀도 높은 심리전을 극대화 시켰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치밀하게 계산한 게 아니라 여백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야쿠쇼 코지의 휼륭한 연기에 반응하다 보니 좋은 장면이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접견실 장면은 움직임이 없어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대본에서는 짧았다. 하지만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가 밀실에 있는 것만으로 굉장히 많은 감정이 일어나 점점 분량을 늘렸다. 두 배우가 좋은 협업을 보여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참고한 것은 서스펜스나 스릴러가 아니라 서부극이었다"며 "대치하는 두 남자가 상대의 마음을 살피면서 누가 먼저 권총을 빼 드느냐 하는 부분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팬들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좋은 의미에서 배신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제 전작들을 사랑해주신 팬분들에게도, 또한 어떤 서스펜스, 스릴러, 수수께끼를 기대한 분들에게도 좋은 의미에서 배신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늘 꼭 생각하는 건 영화를 보고 난 후 '정말 살아있는 게 싫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며 “이번 영화 ‘세 번째 살인’도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한국영화와 인연이 닿지 않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한국감독이 있냐는 질문에 이창동 감독을 언급하며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소개로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간장게장을 먹었다"고 밝히고, "이창동 감독과 기회가 된다면 함께하고 싶다. 고레에다 감독의 추천과 함께 간장게장을 먹은 사이라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 기자회견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기자회견에 이어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진행된 GV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3층 좌석까지 가득 메운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관객들은 GV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의 모든 말에 집중, 반응하며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해 마치 팬미팅 자리인 듯 기분 좋은 시간이 이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은 보고 나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 작품이다. 돌아가는 길에 같이 영화를 본 친구들과 영화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눠달라”고 전하며, 혼자 본 관객들에게는 “다가오는 겨울에 ‘세 번째 살인’이 개봉할 예정이니 누군가와 두 번째 세 번째 관람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세 번째 살인’을 봐주셔서 정말 영광이다.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면 또 다르게 보이고 해석도 달라질 것이다”며 관객들에게 N차 관람을 웃으며 당부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동반 내한으로 화제를 모으며 후반부에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한번 뜨겁게 달군 ‘세 번째 살인’은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가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하여 사형이 확실시되고 있는 ‘미스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로 올겨울 국내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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