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님아’ 이후 3년만…진모영 감독이 밝힌 ‘올드마린보이’ (종합)

입력 2017-10-24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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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님아’ 이후 3년만…진모영 감독이 밝힌 ‘올드마린보이’ (종합)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480만 관객을 울린 진모영 감독이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올드마린보이’로 찾아왔다. 매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머구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다큐멘터리 영화 ‘올드마린보이’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진모영 감독이 홀로 무대에 올라 취재진을 만났다.

진모영 감독은 먼저 “3년 전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할 때는 첫 영화여서 뭐가 뭔지 몰랐다. 오늘은 긴장이 많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드마린보이’는 약 60kg의 육중한 장비에 자신의 체중까지 더해진 심해 120kg의 무게를 이겨내야 하는 강원도 고성군의 재래식 ‘머구리’ 박명호 씨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진 감독은 어떻게 머구리를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삼았을까.

그는 “우연히 그리고 운명적으로 만났다. 통영 가는 KTX에서 잡지를 보다가 머구리 이야기를 봤다. 잠수병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머구리들의 이야기였다. 머구리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닿아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잡지에서 주목한 머구리를 찾아갔지만 그 분은 잠수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우연히 또 다른 머구리이자 탈북 주민인 박명호 씨를 만났다고.

진 감독은 “박명호 씨가 ‘되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 해주더라’면서 안 하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전에 비춰진 그는 ‘성공한 탈북자’였던 것이다. 북한에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와서 자본주의에 잘 정착한 사람으로 이용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이제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득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남쪽에 와서 정착하면서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도 다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 해보겠다고 하더라. 한 달 정도 설득 후에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머구리의 삶을 그린 작품답게 수중 신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머구리가 공기 호스 하나에 의지한 채 수심 30m 이하에서 사람만한 크기의 문어를 끌어올리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공포와 두려움 경이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진 감독은 이와 관련해 수중 촬영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바닷물이 10분만 있어도 셔터를 누르기 힘들 정도로 시리고 차가웠다. 그런 상황에서 머구리가 30m 아래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들어왔다 나오는데 공기도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공기탱크 하나로도 고작 몇 분밖에 못 찍는다. 안전상 하루에 세 개만 허용되기 때문에 매일 매일 촬영 분량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진 감독은 “첫 회 찍고 만족스러우면 안 찍었을 텐데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촬영하다 보니까 3년을 찍었다”면서 “매번 문어가 잡히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 수중 카메라 감독이 물 위에 있으면 문어를 잡고 물 아래로 내려가면 허탕 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좋은 장면을 잡아내준 수중 촬영 감독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 정말 멋진 장면을 만들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간담회 말미 진 감독은 흥행의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담되지 않는다. 영화의 운명을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말로만 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날마다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개봉해서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다. 출연자가 ‘진 감독, 언제 개봉하는 거야?’라고 물어봤을 때 선뜻 대답을 못 했다. 이제 개봉하게 돼 출연자에게는 면이 섰다.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공개되고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화제작 ‘올드마린보이’는 11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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