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라더니 허무한 결말이다. ‘악플러와의 전쟁’에서 ‘백기’를 든 개그맨 정준하의 이야기다.
정준하는 30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12일 악플러 고소에 관한 글을 올리고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내가 올린 즉흥적인 심경 글과 감정적인 대응으로 많은 분에게 질책을 받았다. 내 부족함으로 불쾌하셨거나 실망하셨을 분들에게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전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 후 2주가 넘는 시간동안 나는 고소 진행을 멈추고 나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가 됐던 방송 캡처도 차분히 다시 보며 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다. 정말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른스럽지 못 한지 또 한 번 깨닫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에게 받아온 과분한 사랑과 관심은 당연하게 여기고 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하는 “이에 악플러 고소가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는 부족한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방송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먼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로 내게 크게 실망하셨겠지만, 다시 한 번 용서해주시고 지켜봐주시기를 부탁한다. 앞으로 성실한 태도로 여러분에게 웃음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약 2주 전까지만 해도 “고소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던 정준하는 돌연 태세를 전환한 모양새다. “반성한다”며 진행하던 고소마저 중단하고 철회한 상태다. 그가 이렇게 달라진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정준하는 지난 12일 SNS 계정을 통해 장문의 글로 심경을 밝히며 악성댓글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최근 일부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방송에 나왔던 내 지난 행동들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글들이 급증하고 있고, 그런 게시물에 도를 넘는 악성 댓글을 달며 나라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더라”며 “늘 나 자신을 부족함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그런 점 때문에 혹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기에, 늘 한 편에 죄송한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내게 주는 질책들도 그래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아,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혼자 참아서 좋은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루하루 커가는 예쁜 아들에게, 착하고 멋진 아내에게 떳떳한 아빠가 그리고 남편이 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내가 더 잘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언젠가 오해를 풀고 이해해주시겠지’ 했다. ‘버텨내자’, ‘힘내보자’, ‘이겨내자’, ‘더 열심히 하자’. 하지만 그런 내 진심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가족을 거론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과 욕설을 하는 글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참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늘 감사하다. 좋은 말만이 아닌 진심이 담긴 따끔한 충고와 질책으로 때로는 더욱더 큰 용기를 주는 많은 사람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웃음으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며 살겠다. 그러나 근거 없는 비난과 험담, 욕설에 대해서는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 정당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 책임감 없이 내뱉는, 적어내는 악의적인 말과 글들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정준하의 강경한 입장이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법적 조치’라는 초강수에도 오히려 정준하를 비판하는 수위가 높아진 것. 특히 정준하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다음 날에는 ‘쮸쮸나닷컴’이라는 사이트가 개설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정준하의 연예 활동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는 커뮤니티이다. 사이트 운영자는 “본 사이트는 근거 없는 비방이나 루머의 생산지가 아닌 사실에 근거해 연예인 정준하의 방송 활동 이력 및 기사를 토대로 큐레이션 한 사이트”라며 “인터넷에서 원본 글이 확실한 글들을 수집·큐레이션 하고 있다. 즉, 출처가 분명한 게시글들만 큐레이션하고 있다만, 혹여나 관리자가 미처 검수치 못한 게시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정준하를 조롱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게시물이 게재되고 있다.
또 총파업으로 인해 장기 결방 중인 MBC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정준하의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전에도 정준하를 비판하거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원색적으로 그를 비난하며 하차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정준하가 새롭게 들어가는 신규 프로그램들에는 방영 전부터 하차 요구가 들끓어 각 제작진도 난감한 상황.
이에 정준하는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연예인이 악플러를 고소할 경우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는 반면, 정준하는 오히려 여론이 악화되며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 아닐 수 없다.
한 연예관계자는 “정준하가 가족 문제가 있던 만큼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악성 댓글은 나쁘지만, 그걸 감수하는 것도 연예인의 숙명이다.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먼저인 다음에 법적 대응을 해도 늦지 않는다. 이번 일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