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최민식, 영화 ‘침묵’으로 연이은 흥행 부진 끊어낼까

입력 2017-11-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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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CJ엔터테인먼트

“장르가 최민식” 이라는 정지우 감독의 말은 옳았다. 영화 ‘침묵’은 서사구조, 캐릭터, 감정선이 모두 최민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때문에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한 전개방식을 가지는 반면 인물의 내면은 깊이 있게 다루는 양상을 보인다. 여느 법정영화와는 다른 이 장르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침묵’에서 최민식이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 서있는 한 중년남자를 통해 애끓는 부성애를 제대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 독보적인 눈빛 연기

영화 ‘침묵’은 재력가 임태산(최민식)이 자신의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한 뒤 그 용의자로 지목된 딸 임미라(이수경)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은 위기의 상황에 놓인 임태산의 복잡한 감정선을 한층 더 짙어진 눈빛으로 표현한다.

그의 연기가 전작들에 비해 강렬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최민식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허물지 않으면서도 마주하는 인물에 따라 유연한 연기를 선보이며 그간의 연기내공을 톡톡히 보여준다. 특히 경찰서에서 딸 이수경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분노, 사랑, 연민 등의 감정을 눈빛만으로 이야기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동요시킨다. 그런가하면 이하늬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열정과 사랑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 무게감 있는 블랙코미디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최민식의 뻔뻔함은 블랙코미디로 관객들에게 뜻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최민식은 검사 박해준과 독대하는 장면에서 “검찰총장 한 번 하셔야지. 그거 내가 사드릴게”라는 말을 던진다. 마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주듯이 검찰총장 자리를 건네는 말에 객석 곳곳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은 재벌 총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사와 행동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작품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유머는 영화의 분위기를 잠시간 환기시키는 동시에 관객을 캐릭터의 내면으로 한층 더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 전작과 차별화된 캐릭터

최민식은 전작 ‘특별시민’에서 변종구 역을 맡아 권력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정치인으로 분했다. 이번 영화 ‘침묵’에서 맡은 임태산 역시 돈과 권력에 집념이 강한 남자. 이 때문에 캐릭터의 유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그의 연기는 앞선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바로 부성애 때문이다.

전작에서 최민식은 가족보다는 정치를 택한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개인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연기를 보였다. 그에 반해 이번 영화 ‘침묵’에서는 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짓도 감행하려는 눈물겨운 부성애를 온몸으로 표현해 낸다. 이는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관객은 오로지 시장선거에만 목을 매는 변종구에게 차가운 분노만을 느끼지만 임태산의 부성애를 통해서는 뜨거운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침묵’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은 영화다. 한 중년남자의 내적갈등을 그려낸 이 치밀한 심리극은 반전 역시 놓치지 않았으며 특히 최민식과 두 차례 부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신인배우 이수경의 도약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이 돼서야 드러나는 메시지의 여운이 과연 관객들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남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 이번에도 여지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 '대호'는 170만명, '특별시민'은 130만명으로 연이어 부진을 겪었던 최민식이 ‘침묵’으로 흥행 반열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11월 2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민경 동아닷컴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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