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노희경 작가에게도 뜻 깊은 작품이다. 1996년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드라마가 있다. 시청자뿐이 아니다. 스크린과 무대 앞의 관객도, 대입모의고사 시험지를 받아든 학생들도 눈물을 훔쳐야 했다. 모두가 공감하고 할 수 있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바로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이야기다.
이토록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기며, 대중으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작품이 21년만에 리메이크된다. 그것도 21년 전 원작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손으로 재탄생한다. tvN 새 토일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이하 ‘세상에서’)이 오는 12월 9일 첫 방송된다.
본인의 작품을 21년만에 세상에 꺼내놓는 일은 노희경 작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이쯤에서 21년만에 본인의 원작을 직접 각색-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얼마나 의미 있는 작품일지, 어떤 소감과 마음으로 작품을 대했는지.
● “‘세상에서’ 내 작품 중 가장 정이 많이 가는 작품”
1996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상에서’가 21년이 흐른 2017년, 다시 시청자와 마주하게 됐다. 직접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소감을 들어봤다.
“‘세상에서’는 내 작품 중 가장 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음속에 담아둔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실제 내 어머니에 대한 마음과 그리움이 많이 담겼다. 이 작품 덕분에 내가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원작을 집필할 당시 절절했던 그 마음, 한자 한자 눌러썼던 그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적 배경을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세상에서’가 21년만에 다시금 리메이크되는 의미
두근거리는 로맨스도, 짜릿한 반전의 묘미도 ‘세상에서’에는 없다. 그럼에도 21년 만에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지자, 뜨거운 기대가 쏟아졌다. 이는 21년 전 많은 이들에게 가슴 시린 감동,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에게 ‘세상에서’가 21년 만에 리메이크되는 의미를 물었다.
“21년 전 이 작품이 방송된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자체가 어머니인, 어머니만을 위한 드라마가 별로 없지 않았는가. 우리가 언젠가부터 어머니에 대한 관심을 외면해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부모는 삶의 좌표라는 것이다. 원미경과 유동근을 통해 그 좌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거다. 세상 가운데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어머니, 관심 바에 선 부모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1996년과 2017년은 같을 수 없다. 작품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이에 대해 노희경 작가는 “21년 전과 비교하여 세상에 많이 달라졌다. 여성상도 변하고, 부모와의 친밀도도 많이 변했다.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집중한, 요즘 시대에 훨씬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때론 뭉클하고, 때론 기쁘며, 때론 슬프게. 그런 의미에서 1996년과 2017년 ‘세상에서’가 그리고자 하는 어머니, 가족의 의미는 같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부모는 삶의 좌표다”라는 노희경 작가의 답변처럼, 의미 있는 좌표로서 부모의 이야기를 그려줄 ‘세상에서’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온 중년 부인이 말기 암 진단을 받고,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다. 1996년 방송 당시 3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수작으로, 21년만에 리메이크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변혁의 사랑’ 후속으로, 9일(토) 밤 9시 tvN에서 첫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