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불법 에이전트가 수백억 계약하는 비정상 KBO

입력 2017-1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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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롯데 손아섭-민병헌(왼쪽부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

KBO 규약 제42조는 ‘대리인(에이전트)’에 대해 ‘①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선수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한다. ②대리인은 동시에 2명 이상의 선수를 대리할 수 없다. ③대리인제도의 시행일은 부칙에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2018년부터 선수대리인(에이전트)제도를 시행한다. 첫 번째 자격증 시험은 다음달 22일이다.

그러나 KBO리그에는 이미 수 십 명의 ‘비공인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다. 아마추어, 프로 선수의 해외진출만 돕는 것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KBO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선수의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은 소수 에이전트들이 주도했다. 올해는 그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올 스토브리그는 특정 한 명의 에이전트가 특급 FA의 계약을 독점하고 있다. 시장에서 느끼는 이 에이전트의 영향력은 ‘슈퍼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미국 스캇 보라스(65) 이상이다. KBO는 10개 팀이 참여하고 있는 단일 리그다. 30개 팀이 2개 리그로 구성된 메이저리그에 비해 매우 패쇄적이다. 특히 FA제도에 큰 차이가 있어 소수의 선수만 FA시장에 참여한다.

올해 FA는 사실상 독점 시장이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를 비롯해 롯데에 잔류한 외야수 손아섭, 그리고 두산에서 롯데로 적을 옮긴 또다른 외야수 민병헌이 한 에이전트 그늘에 있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이 에이전트는 법적으로 전혀 효력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구단은 어쩔 수가 없다. 이미 FA시장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은 에이전트들이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특정 에이전트가 주도한 FA 3명의 총 계약 액수는 무려 258억원에 달한다. 다수의 정상급 선수를 보유한 에이전트 앞에 구단은 주도권을 뺏겼다. 모든 것이 제도를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시장 논리로 이해 될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구단, 선수, 대리인 모두 KBO규약을 위반하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에이전트 중 변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올해 시장을 뒤흔든 에이전트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인맥을 발판으로 규정에 어긋난 비공인 에이전트로 수 년 째 FA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구단들이 혀를 내두르는 벼랑 끝 협상전술로 유명한데 동시에 다수의 정상급 선수를 보유하면서 그 협상 전략이 더 구단들을 옭매였다.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비공인 에이전트들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고 있는 구단들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고 있다.

외부FA시장에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규약을 어긴 불법적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에이전트와 협상을 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수와 비공인 에이전트간에 어떠한 표준 계약서도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높은 액수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는 명성을 믿고 일을 맡기고 있지만 계약관계가 무질서 한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KBO FA선수 뿐 아니라 고교 유망주들도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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