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논란 때마다 전격공개…스타들 자필편지 유감

입력 2017-12-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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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수진은 최근 논란이 된 신생아 중환자실 특혜 건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명을 담은 자필편지를 올렸다. 사진출처|박수진 인스타그램

언제부터인지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연예인들이 언제부터 손수 편지를 써서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는지 말이다.

보통 ‘자필편지’라 불리는 이 글들이 연예계에 등장하는 순간은 보통 두세 경우다. 톱스타가 결혼 혹은 교제 사실을 공개할 때. 하지만 그 보다 자주 나올 때는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이 소속사가 아닌 직접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순간이다.

배우 배용준의 아내이자 연기자 박수진이 지난해 첫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서울삼성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산모들은 물론 일명 ‘맘’들의 분노를 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안건이 올라갔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논란이 대대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기폭제는 박수진의 자필편지였다. 어차피 감춰질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전까지 온라인에서 와글와글하던 내용은 박수진이 해명을 담은 편지를 공개한 순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자필편지를 선호하는 스타는 이병헌이다.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담은 관계자 여럿에게 물었더니, 자필편지에 관한 한 이구동성 이병헌부터 꺼낸다. 실제로 이병헌은 2012년 연기자 이민정과 교제 사실을 밝힐 때도, 이듬해 결혼 발표 때도 자필편지를 내놨다. 이후 불미스러운 협박사건에 휘말렸을 때도 어김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팬과 대중에 전달하려는 의도이지만 횟수가 잦은 만큼 반응도 점점 시큰둥해진다.

흔해진 자필편지의 효용가치도 의문이다. 가수 김현중은 여러 논란을 겪으며 입대하면서 자필편지로 반성의 뜻을 밝혔지만 제대 뒤 다시 사건에 휘말렸다. 대부분의 자필편지에는 ‘약속’이나 ‘다짐’이 담기지만 얼마나 지키며 살아갈까.

요즘 자필편지는 ‘급한 불 끄겠다’는 식의 프리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어쨌든 핵심은 진정성이다. 그게 느껴지지 않으니 연예인 자필편지의 시효도 곧 만료될 것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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