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과 간절함으로…울산, 마침내 FA컵 악연 끊었다

입력 2017-12-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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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2017 KEB 하나은행 FA CUP’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결승 2차전 경기가 열렸다. FA컵 우승을 차지한 울산 김도훈 감독 및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사상 첫 FA컵 정상 일군 울산

지난해까지 준결승만 10번·결승행 좌절 9번
올해는 대진운까지 따라주며 4강 징크스 극복
선수들 챔스리그 티켓 간절함도 우승 원동력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 현대가 창단 첫 FA컵 우승을 가슴에 품었다. 김도훈(47)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 홈 2차전에서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와 0-0으로 비겨, 1·2차전 합계 2-1로 대회 정상을 밟았다.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최우수선수(MVP)는 부산의 파상 공세에 맞서 선방 쇼를 펼치며 팀을 시상대 꼭대기에 올린 울산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38)가 선정됐다. 통산 5번째 GK의 FA컵 MVP다. 챌린지 경남FC와의 대회 16강전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책임지며 3실점만 한 일등공신이다. 김용대는 2004년 부산 시절 MVP에 이어 13년 만에 팀을 옮겨 또 영광을 안았다.

김 감독은 “(2015년부터 1년 반을 머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실패한 내게 기회를 주고 믿어준 구단에 감사하다. 오늘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3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2017 KEB 하나은행 FA CUP’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결승 2차전 경기가 열렸다. FA컵 우승을 차지한 울산 김도훈 감독 선수들의 헹가래 세례를 받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울산이 우승 트로피와 첫 입맞춤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K리그 2회(1996·2005)와 리그 컵 5회(1986·1995·1998·2007·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회(2012)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숱한 정상을 경험했지만 FA컵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울산은 무려 10차례 준결승에 올랐음에도 이 중 9차례나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998년에는 4강 관문을 통과했으나 안양LG(현 FC서울)에 무릎을 꿇었던 쓰라린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위기도 있었으나 무사히 넘기며 한 걸음씩 전진했다.

무엇보다 대진 운이 좋았다. 이번 대회에서 같은 클래식 구단을 상대한 것은 8월 상주 상무와의 8강전이 유일하다. 여기에 19년 만에 오른 결승전에서도 챌린지 팀을 만났으니 그야말로 울산으로선 ‘천운’이 따라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장 스탠드를 메운 1만2500여명의 홈 관중도 국내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축구 쇼를 관전한 뒤 처음 경험하는 FA컵 우승 현장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쁨을 공유했다.


울산이 간절했던 이유는 또 있다.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을 4위로 마쳤기 때문이다. K리그에 걸린 출전권은 3.5장. 울산은 수원 삼성에 밀려 FA컵에 모든 걸 쏟아야 할 처지가 됐다. 김 감독을 비롯한 울산 코칭스태프는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PO) 등 최근 부산의 주요 경기들을 관전하며 해법을 찾았고 마침내 막차로 결실을 맺었다.

대신 결과적으로는 수원보다 훨씬 좋은 입장에 섰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32강)에 직행하면서 내년 1월 말 예정된 PO를 피하게 됐다. 울산은 올 초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시점에서 챔피언스리그 PO를 치렀고, 이 여파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참가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며 AFC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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