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다 놓친 부산, 그러나 다 얻은 부산

입력 2017-12-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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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2017 KEB 하나은행 FA CUP’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결승 2차전 경기가 열렸다. FA컵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2017 KEB 하나은행 FA CUP’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결승 2차전 경기가 열렸다. FA컵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팬들의 뜨거운 위로…‘눈물의 여정’ 마침표

너무나 많은 짐을 짊어진 탓이었을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과 FA컵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눈앞에 뒀던 부산 아이파크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고개를 숙였다. 3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FA컵 2017’ 결승 2차전에서 울산 현대에 우승을 내줬다.

부산으로선 허망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내심 기대했던 풍작이 흉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K리그 챌린지 생활 2년째를 맞는 부산은 올겨울 두 개의 열매를 품으려 했다. 첫 수확물은 클래식 승격이었다. 챌린지 플레이오프(PO)를 통과한 부산은 마지막 길목인 승강 PO에서 상주 상무와 만나 혈투를 펼쳤다. 홈 1차전 결과는 0-1 패배. 이후 심기일전해 원정 2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몰고 갔지만, 결국 눈물을 삼켰다.

승격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부산으로선 승격 실패의 충격이 FA컵 결승전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1-2로 내준 부산은 2차전 초반부터 상대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승부를 최소 연장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일단 2골이 나와야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울산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잇따른 경기로 누적된 피로 탓에 힘마저 떨어져 끝내 운명을 뒤바꾸지 못했다.

부산의 준우승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고(故) 조진호 감독과의 예상 못한 이별 때문이다. 10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조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부산은 경기마다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대형사진을 내걸고 눈물의 동행을 이어왔다. 대신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승엽 감독대행은 이후 챌린지 PO 승리, FA컵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끝내 조 감독 영정 앞에 FA컵을 선물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산이 지난 두 달 동안 보여준 발걸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만큼 의미가 깊었다.

우승을 놓친 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던 부산 선수단은 이내 원정 팬들과 조 감독의 대형사진이 함께 머물던 응원석 앞으로 자리를 옮겨 눈물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7년 한국축구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을 만든 부산 선수단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대들이 진정한 승자다.

울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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