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무열 “아내와 나? 전과 똑같아! 그게 우리 콘셉트”

입력 2017-12-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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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화에 참여해 온 배우 김무열은 “객석에 앉아 우러러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출연을 꿈꾼다”고 했다. “고난도 액션 연기도 거뜬하다”는 그는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 영화에 참여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 김무열, 그가 말하는 ‘기억의 밤’ 그리고 ‘연기’

‘기억의 밤’ 트라우마 겪은 설정에
실제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역시 스릴러보단 히어로 영화가…
건물 낙하·와이어 액션 문제 없다


배우들은 영화 촬영을 앞두고 감독으로부터 여러 주문을 받곤 한다. 그 가운데 외모 변화에 대한 주문이 유독 많다.

배우 김무열(35)이 영화 ‘기억의 밤’(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촬영 직전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으로부터 받은 주문도 비슷하다. ‘몸의 근육을 빼 달라’는 요청이다. 역할과 영화를 위한 주문이기에 배우들은 감독의 부탁을 거부하기 어렵다.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숙제를 받아든 김무열은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매일 서너 시간씩 요가와 농구를 반복했다”고 했다. 촬영을 진행한 3개월 내내 그 훈련은 계속됐다.

“약간 후유증이 생겼다. 등 쪽 근육 통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웃음) 사실 몸 만드는 일이 처음도 아니고, 매 작품마다 치열하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트라우마까지 겪은 설정이라서인지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했다. 촬영 전날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꼬박 샌 날도 많았으니까.”

11월29일 개봉한 ‘기억의 밤’은 선망의 시선을 받는 엘리트 형과 환각에 시달리는 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김무열이 형 역을 맡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강하늘이 동생으로 출연했다.

개봉 첫 주에 56만 명을 모은 영화는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는 두 배우의 호흡은 물론 ‘쫄깃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등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무열도 이에 동의하지만 정작 그는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를 그는 즐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메멘토’ 같은 영화도 몇 번 반복해 보고 겨우 이해했다. 하하! 스릴러 보다는 블록버스터가 좋다. 관객이 우러러 보는 영화 말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선호이지만 객석에 앉아서 입 떡 벌어지게 하는 블록버스터가 좋다. 초능력 가진 히어로물 같은 영화!”

김무열이 품은 ‘소망’을 듣고 ‘히어로물의 제안을 받는다면 소화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느냐’고 되물었다. “문제없다”는 대답이 곧장 나왔다.

“자신 있다. 한강 다리에서 와이어 달고 뛰어내려보기도 했고, 6층 건물에서 낙하하는 액션도 해봤다. 나는 준비가 돼 있다. 하하! 판타지 블록버스터는 어릴 때부터 꿈꿨다. 지금도 그런 종류 영화를 볼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배우 김무열.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김무열은 2015년 동료 연기자 윤승아와 결혼했다. 군 입대 전 공개연인 선언을 한 두 사람은 제대 이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지켰고, 이제 결혼 3년째에 접어든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김무열은 ‘배우 부부’에 장점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예를 들면 오늘 내가 어떤 공연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연기를 펼쳤다고 치자. 공연이 끝난 뒤에 ‘캐릭터에 젖어서 못 빠져 나오겠어’ ‘정말 행복했어’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다 듣고 나서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한 잔 해’ 이런 말부터 한다. 하하! 술이나 마시라는 거지. 아내와의 대화는 다르다. 같은 일을 하면서 느낌과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김무열은 “부부끼리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 “아주 일상적은 부분부터 각자 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화의 범위는 넓다”고도 했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지금도 연애할 때 느낌으로 살고 있다. ‘결혼하니까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우리 부부는 늘 이렇게 답한다. ‘전과 똑같아요.’ 하하! 이게 우리 부부 콘셉트이기도 하다.”

‘기억의 밤’을 관객 앞에 내놓은 지금, 김무열은 또 다른 영화 ‘인랑’ 촬영에도 한창이다. 김지운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추고 SF장르를 소화하고 있다. 16일 방송을 시작하는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요란하지 않게 자신의 영역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김무열은 영화는 물론 매년 한 편 이상씩 뮤지컬과 연극을 소화하고 있다. 무대를 고집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배우로서의 삶을 좁게 두고 싶지 않다. 흘러가 보고 싶다. 영화와 드라마는 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무대다. 배우라는 직업은 매번 소비될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싸우지 않으면 한두 편 하고 끝나버릴 것만 같다.”

매번 평탄한 길만 걸은 것도 아니다. 떠들썩하게 군 복무를 시작하고 제대 뒤 복귀하기까지 김무열은 적잖은 마음고생도 겪었다. 사람들에게 ‘뭔가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하던 무렵 출연한 영화가 ‘연평해전’이다. 영화는 600만 관객을 모았지만 김무열에겐 오히려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개인적인 욕심이 앞서면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는 걸 경험했다. 연기를 하는 진짜 이유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그 작업이 갖는 가치가 나에겐 더 큰 의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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