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더스틴 호프만의 ‘페미니즘’, 올겨울 페미니즘과 다를까?

입력 2017-12-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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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투씨’. 사진제공|콜럼비아픽쳐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투씨’. 사진제공|콜럼비아픽쳐스

<16> 영화 ‘투씨’

여기저기서 페미니즘 이야기가 들린다. 최근 배우 유아인이 SNS를 통해 꺼낸 주장과 발언이 계기가 됐다. 2017년 지금 페미니즘이 다시 화두에 오른 걸 보면 여전히 여성 권리와 기회 평등은 특수한 영역에 속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논쟁의 가운데 새삼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1982년 나온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투씨’이다. 뉴욕에서 20년간 무명 배우로 살아가던 주인공 마이클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졌지만 매번 연출자에 불만을 표출하고 사사건건 따지는 성격 탓에 오디션에서 줄줄이 낙방한다. 그러다 우연히 여장을 한 채 TV 병원드라마 오디션에 응시한다. 여장한 마이클이 진짜 여배우인줄 아는 드라마 프로듀서는 그에게 주요 배역을 맡긴다.

도로시라는 이름의 여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마이클은 촬영장에서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감독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은 남자인 탓에 그의 언행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여자로 아는 주위에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여자가 그래도 되느냐’는 시선이다.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마이클의 행동은 이내 드라마에 참여하는 여배우는 물론 여성 스태프들의 지지를 받는다. 감독이 요구하는 ‘수동적 여성 캐릭터’가 아닌 자립심 강한 인물을 자발적으로 그려내면서 마이클은 여성 시청자의 워너비로도 자리 잡는다.

영화에서 마이클이 하는 행동과 말은 그대로 당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마이클이 여배우 행세를 하면서 경험하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불이익, 차별의 모습들은 역설적이게도 페미니스트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 봐도 공감되는 걸 보면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는 많은 것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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