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훈. 스포츠동아DB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37)이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그 사이 분노한 일부 팬들은 잠실구장 앞에서 릴레이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2차 드래프트 이후에나 통보해도 됐을 법하지만, 나름 예우 차원에서 당일 오전 방출 사실을 알렸다는 LG 구단은 성난 ‘팬심’에 직면해 여전히 곤욕을 치르고 있다. 11월 30일 정성훈의 방출은 KBO의 보류선수 명단 공시를 통해 공식화됐다. 그러나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하겠다는 구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성훈의 심정을 듣고 싶어 핸드폰 통화를 시도했다. 받지 않았다. 정중하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괜찮다면 전화를 달라.’ 그로부터 한 시간여가 흘러 전화벨 대신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렇게 전화 드릴,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문자 남깁니다. 요즘 LG나 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와서 좀 죄송한 부분이고요. 마음 좀 불편한 상황입니다. 다른 곳에서 연락 와서 야구를 더할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입장입니다. 잘 마무리돼서 얼굴 뵙고 얘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네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이렇게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여자의 문자메시지를 또박또박, 그러나 무척이나 절제된 심정으로 눌렀을 정성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의 표현대로 ‘잘 마무리돼서’, ‘야구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