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GM을 만나다] 김태룡 단장 “두산, 1군보다 2군 리빌딩이 강점이다”

입력 2017-12-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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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GM의 길을 연 두산 김태룡 단장이 잠실구장에서 팀 마스코트 철웅이 옆에 섰다. 듬직한 이미지의 철웅이와 항상 든든하게 팀을 뒷받침하는 두산 GM의 이미지가 참 닮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KBO리그 선수출신 제1호 GM(단장)의 주인공은 박노준 전 히어로즈 단장(2008년)이다. 그러나 야구역사가 체감하는, 새로운 물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두산 김태룡(58) 단장이다.

야구명문 부산고 출신 김 단장은 대학 때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프런트 인생은 선수경력 단절의 아쉬움과 정반대였다. 1983년 롯데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김 단장은 1990년 OB에 입사, 선수단 매니저부터 홍보, 운영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1년 GM에 올라 지금까지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를 이끌고 있다.

두산 김태룡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0년대 초반은 타 구단은 모기업 출신 임원이 아무런 전문성 없이 발령을 받아 단장을 맡았던 시대다. 김 단장은 기대와 의문부호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단장을 맡았고 2015~2016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함께 했다. 두산은 프리에이전트(FA)시장을 주도하고 있지 않지만 매해 배출되는 새로운 유망주의 힘으로 꾸준히 정상권을 지키고 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완벽한 호흡 없이는 불가능한 성적이다. 전력보강을 위해 수 백 억원을 투자하는 팀들도 오르지 못하는 위치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2018시즌을 앞둔 깊은 겨울, 김 단장은 두산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 사무실은 시즌 때 보다 훨씬 바빴고, 김 단장도 분주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자가 가장 놀란 부분은 ‘퓨처스 리빌딩’이었다. 많은 구단이 저비용고효율, 그리고 성적을 위해 팀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산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많은 팀들이 두산의 성공사례를 뒤쫓고 있다. 그러나 두산은 이미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타 구단이 시도는 물론 생각도 하지 못한 퓨처스 리빌딩, 2군 세대교체다.

두산 김태룡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태룡 단장’은 자타공인 한국형 GM의 원조다. 여전히 ‘프런트 야구’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정의가 쉽지 않다. 논란도 많고 거부감도 크다. KBO GM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메이저리그처럼 누가 더 많은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구분 짓기도 힘들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감독이 스카우트부터 육성, 전력보강까지 다 총괄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리에이전트(FA)제도도 생겼고 외국인 선수도 있다. 1군 지휘자가 그라운드에서 잘 싸울 수 있게 좋은 전력을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경기인 출신 단장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은 갈등요소가 있다는 염려가 교차 된다.

“경기인 출신의 장점은 감독과 대화의 주제가 더 많다는 점이다. 한 때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고 해서 절대 오버 해서는 안 된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간섭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현장 지휘자가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속 쓰린 날도 있고 화가 치밀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분위기 좋을 때 마주해 여러 가지 이야기, 팀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준비 등을 교감하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아무래도 선수출신이기 때문에 역시 선수출신인 감독과 대화주제가 많고, 더 편한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잘 살리면 소통에도 도움이 되더라.”

두산 김태룡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 단장의 특징 중 하나는 경기가 시작되면 그라운드 보다는 두산의 덕아웃을 주로 지켜본 다는 점이다. 경기 지휘는 감독의 몫이고 팀 분위기를 살피는 것은 단장의 역할이라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부 전문경영인 단장은 지나치게 경기에 몰두해 자기도 모르게 현장 감독을 비난하기도 한다. 경기인 출신이기 때문에 두고 싶은 훈수가 더 많지만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 김 단장의 진심이다. 대신 “감독은 외로운 자리다. 무엇이 필요한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프런트 역할이다. 경기 중에 팀에 필요한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라운드가 아닌 덕아웃을 보게 된다”는 신념을 실천한다.


-두산은 최근 팀 운영에 있어 큰 성공을 거뒀다. 2014시즌부터 FA로 타 팀에 이적한 스타플레이어의 빈 자리에서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화수분 야구’가 타이틀인 두산의 2군 육성 시스템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우리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2군도 자주 리빌딩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망주가 잘 배출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2군 리빌딩? 많은 구단이 1군 리빌딩도 버거워 한다. 퓨처스 팀은 유망주도 키워야 하지만 1군 대체 전력이 머무는 곳이다. 어떻게 리빌딩이 가능하나?

“1군에서 주전 싸움을 하고 있던 베테랑 선수가 2군, 퓨처스 팀으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퓨처스’팀이라는 이름답게 유망주를 키우는 요람이 되어야 하는데 1군의 예비 전력이 되는 순간 젊은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감독은 1군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단장은 언제든지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만큼 유망주의 성장이 필요하다. 올해 2군에 주로 있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가슴 아픈 결정이지만 팀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유망주도 경기에 뛰어야 1군에 오를 수 있다. 그만큼 리빌딩인 1군보다 2군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두산의 2군 리빌딩은 매우 전략적인 팀 운영이다. 올해도 민병헌이 FA로 팀을 떠났다. 2년 전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올해 LG로 복귀했지만 외야 라인업은 굳건하다. 김 단장은 말했다 “KBO리그 GM의 역할에 대한 정의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와 꿈을 주는 것 그리고 감독을 잘 뒷받침 하는 거다. 서로 역할에 대한 구분 보다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이 정답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두산 김태룡 단장

▲1959년 부산 출생
▲부산 대연초∼동성중∼부산고∼동아대
▲1983년 롯데 자이언츠 입사
▲1990년 OB베어스 입단
▲2000년 두산 베어스 운영홍보팀장
▲2009년 두산 베어스 이사
▲2011년 두산 베어스 단장(상무)
▲2016년 두산 전무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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