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산업은 ‘헝거 게임’?

입력 2017-12-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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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샤이니 종현 비극으로 본 명과 암

영국 가디언 “배려 없는 케이팝 산업”
미국 연예매체 “잔혹할 정도로 경쟁”
중국·태국·인도네시아선 벤치마킹
세계 주류가 된 케이팝 산업의 이면


그룹 샤이니 종현의 충격적인 죽음을 계기로 한국 아이돌 산업의 명과 암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문화가 한국 특유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는가하면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과 같았던 서구 음악시장을 뚫은 방탄소년단의 ‘승전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는 요즘, 갑작스럽게 전해진 종현의 극단적인 선택은 그 화려한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영국 BBC와 일간지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은 종현의 자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며 케이팝 산업의 이면을 지적했다. BBC는 20일(한국시간) ‘종현, 케이팝 스타의 우울증이 유서로 드러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어린 연습생을 데뷔시켜 자유를 제한하는 한국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가디언 역시 ‘빛나는 스타가 배려 없는 케이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한국의 아이돌 지망생들은 대부분 10대 초반부터 계약을 맺고 엄격하게 훈련을 받는다. 이중 극히 일부만 데뷔의 기회를 얻는다”고 전했다.

샤이니 멤버 종현의 죽음을 둘러싸고 해외 매체들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한국 아이돌 시장을 ‘헝거 게임’에 비유했다. 사진출처|버라이어티 캡처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이돌 지망생들은 잔혹할 정도로 심한 경쟁을 한다”면서 영화 ‘헝거 게임’에 비유했다. 버라이어티는 한국 아이돌 지망생뿐만 아니라 데뷔 후에도 치열한 압박과 경쟁을 벌여 스타가 되는 케이팝 육성 시스템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한국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가끔 높은 수준의 행동 규범을 요구 받는다”고도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 산업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실력과 강한 의지만 있다고 누구나 데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의 관심을 받기까지 숱한 경쟁과 끊임없는 자기개발, 노력 등이 뒷받침되어야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 뿐만 아니라 빅뱅, 엑소, 소녀시대, 샤이니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한국 기획사 특유의 육성 시스템이 밑바탕 됐다. 오디션을 통해 가능성 있는 연습생을 선별해 데뷔시키고, 살아남기 위해서 데뷔 후에도 트레이닝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쏟아 부은 기획사의 엄청난 자금, 가수들의 땀과 눈물 등으로 케이팝은 더 이상 아시아 문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한국식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현지 연습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것도 한국식 트레이닝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룹 엑소-비투비-걸그룹 트와이스(위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편 가요계에서는 18일 세상을 떠난 종현을 추모하는 의미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그룹 엑소가 겨울 스페셜 앨범 발매를 당초 21일에서 26일로 미뤘고, 비투비는 23일 ‘2017 비투비 타임-우리들의 콘서트’를 앞두고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걸그룹 트와이스도 신곡 ‘메리 앤 해피’ 뮤직비디오 공개일을 종현의 발인 하루 뒤로 늦췄다. ‘초등래퍼’ 프로젝트 조우찬과 박현진, 에이칠로가 함께한 신곡 발표도 연기됐다. 세븐틴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해오던 ‘고잉 세븐틴’을 한 주 쉬기로 했다.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종현의 빈소에는 20일에도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21일 오전 9시 발인이 엄수된다. 유족 측은 장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 헝거 게임

미국 소설가 수전 콜린스가 쓴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헝거 게임’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10대 남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생존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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