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은 인간미 넘치는 인물을 맡고 ‘신과함께’에 감동을 불어넣는다. “현재 한국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를 한 느낌”이라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태어난다면 아들로…나한테 효도할래요”
차태현에게 ‘신과함께’는 어쩌면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다. 2015년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촬영 당시 현장에 놓인 소품 가운데 ‘신과함께’의 원작 만화책이 놓여 있었다. 이를 본 차태현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이 연기하게 될 캐릭터가 뭔지를 단박에 알았다고 했다. 연출자 김용화 감독이 한 공익광고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출연을 제안한 것 같다는 차태현은 “아! 내 이미지가 필요했나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차태현이 지닌 이미지는 실제 그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흔치 않은 블록버스터, CG에 크게 기대 작업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생경함, 자신만큼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고 이미 흥행감독으로 인정받은 연출자와 작업한다는 점 등 차태현은 ‘신과함께’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의 즐거움을 자랑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심지어 “하정우 등 몇몇 캐릭터의 비중이 저보다 더 크고 그 인상도 제 캐릭터보다 강렬한데 다른 배우들의 이름이 내 앞에 먼저 나서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런 솔직함 덕분에 차태현은 ‘신과함께’를 통해 내보이는 자신의 모습에도 거리낌이 없다. 그건 결국 관객이 그에게서 얻는 호감이기도 하다.
영화 ‘신과함께’에서의 차태현. 사진제공|리얼라이즈픽쳐스
영화 속에서 그는 누구나 상상해 보는 저승의 세계에서 망자가 되어 차사들과 함께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인물을 맡았다. 소방관으로 일하며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희생해갔던 그를 통해 관객은 상상 속에서도 가늠해보지 못했던 저승을 경험한다.
당연히 극중 저승 또한 김용화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의 상상으로 그려진다. CG(컴퓨터그래픽)를 통해 구현된 저승의 세계는 관객이 미리 떠올린 이미지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연기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차태현에게 ‘신과함께’는 “정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대”였고, “현재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뭔가를 한 듯한 느낌”을 준 작품이 됐다.
하지만 연기하는 동안 CG가 생성할 이미지를 감안해 설치하는 그린매트 앞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연기하는 건 외로운 싸움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2012년 드라마 ‘전우치’에 출연하며 비슷한 작업을 경험한 덕분에 하정우, 주지훈 등 동료 연기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 차태현은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승을 떠난 망자가 되어 지난 삶에 대한 심판을 가하는 저승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상황을 연기로 경험한 덕분이다. “삶을 돌아보며 똑바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아직….”
영화 ‘신과함께’의 차태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래서 물었다. 만일 ‘다음 생애’에서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짓궂은 질문에도 그는 막힘이 없었다. “수찬(큰아들)이! 수찬이로 태어나 효도했으면 좋겠다. 하하하!”
이제 갓 10살이 된 자신의 큰아들을 떠올리며 너스레를 떨지만 이미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그 화목함을 익히 보아온 많은 이들에게 차태현의 ‘환생 후 바람’은 또 그만한 자식 자랑으로 들린다. 그렇게 말해도 거북하지 않은 것은, 어쨌든 차태현 스스로 지금껏 지켜온 아니 별 의도와 목적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온 덕분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뭔가를 꿈꾸고 있다. “내게 변신은 이제 악역 밖에 없다. 너무 뻔한 악역 말고. 보자마자 내가 범인인 스릴러 영화 같은 거 말고. 하하!” 스크린 속에서 악당으로 달려드는 차태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