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1987’ 감독 “ 강동원, 블랙리스트 감수하고 가장 먼저 의기투합”

[DA:인터뷰] ‘1987’ 감독 “ 강동원, 블랙리스트 감수하고 가장 먼저 의기투합”

영화 ‘택시운전사’가 2017년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심과 동시에 유일한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 비슷한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영화 ‘1987’이 이 기세를 이어받아 또 한 번의 실화를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1987’.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을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다.

“지금도 후반 일정이 빠듯해서 (반응에 대해) 간간히 보고 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를 때 시작한 영화예요. 무엇보다 유가족 분들도 관람을 하셨는데, 좋다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한 꺼풀 내려갔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흥행이요? 그건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같이 작업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실존 인물들까지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죠.”

그는 ‘1987’ 언론시사회 당시 이한열 열사, 박종철 열사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해 장준환 감독은 “쉽게 말해서 창피해요(웃음). 저는 평소에 잘 안 우는 사람이에요.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는 찔끔 하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는 많이 울었어요. 무너지는 게 꽤 많았고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신기한 힘인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1987’이 개봉할 아주 좋은 시기이지만, 사실 영화가 제작될 당시는 전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촛불 시위가 있을 때였고, 이 영화가 개봉을 무사히 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였기 때문.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걱정과 우려가 많아서 이걸 만들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어떤 거대한 뜻, 의지를 어떻게 구현할지 걱정들도 있었죠. 그리고 가장 먼저 블랙리스트를 감수하면서 의기투합을 해준 건 강동원 배우였어요. 다른 배우들도 의기투합 해주는 그 순간이 너무 고마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또 그때 눈물을 많이 쏟게 한 것 같아요.”

“또 자꾸 신기하가도 하는데, (시기가)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다시 한 번 1987년의 뜨거움과 국민들의 힘을 보니까 ‘이게 뭐지.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가 벌어진다’고 생각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영화를 떠나서 역사는 어떤 힘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부분이 반가웠어요.”

배우들의 캐스팅은 순조로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사건들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의 문제로 감독으로서 고민되는 부분이었을 터.

“어떤 팩트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자 임무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이야기로 얼마나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재밌는 캐릭터를 조각해내는가, 그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팩트가 아닌 건 캐릭터들을 조금 과장하고 만들어낸 거 말고는 크게 팩트에 어긋난 건 없어요.”

그렇게 다시 한 번 스크린 위에 펼쳐질 ‘1987’년의 그 날.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그 당시를 겪었던 분들도 우리가 얼마나 뜨겁고 순수했는지 다시 보시면서 용기도 얻고 반성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에요. 그 당시 겪었던 엄마와 아빠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같이 보고 많은 이야기를 가족 간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족 간, 세대 간에 얘기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건 진심이에요. 저도 제 아이가 아직은 어려서 12살 정도 되면 보여주려고 해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