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죽음의 공포 앞에서 떠는 사형수, 집행자로서 괴로워하는 교도관

입력 2017-12-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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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행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활동사진

<19> 영화 ‘집행자’

교도소 이야기가 TV 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교도소라는 ‘작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중에 매력적으로 다가선 덕분이다.

교도소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는 오래 전부터 등장했고, 화제작도 여러 편 나왔다. 영화 ‘쇼생크 탈출’이나 최근 흥행한 ‘검사외전’, ‘프리즌’ 역시 대중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하지만 교도소의 ‘현실’을 진지하게 담아낸 수작을 얘기할 때 2009년 개봉한 ‘집행자’를 빼놓기 어렵다.

배우 윤계상과 조재현, 박인환이 주연한 ‘집행자’는 개봉 당시 39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영화를 본 관객보다,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그렇다고 지나칠 영화는 아니다. 교도관들의 눈으로 수감자들을 바라보는 이야기 안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메시지까지 묵직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재경(윤계상)은 오래 준비한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교도관으로 취직한다. 출근 첫날부터 짓궂은 재소자들로부터 단단히 곤혹을 치른 그는 녹록치 않은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 재경에게 능숙하게 재소자를 다루는 선배 종호(조재현)는 낯설기만 하고, 심지어 사형수와 장기까지 두는 김교위(박인환)의 행동 역시 의아할 뿐이다.

재경이 교도관 생활에 적응할 무렵 12년간 멈췄던 사형집행이 시행된다. 사형수 신분을 잊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재소자들은 차츰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절감한다.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들 역시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집행자’는 최근 늘어나는 교도소 소재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는 현실의 문제를 담담하게 그린다. 무엇보다 ‘집행자’가 빛나는 이유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에 있다. 특히 윤계상은 올해 ‘범죄도시’의 흥행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연기력이 먼저 꽃핀 무대는 ‘집행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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