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찾아라…중국 클럽들 ‘발등에 불’

입력 2017-12-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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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년부터 23세 이하 1명 이상 의무출전
광저우, 신예 5명 싹쓸이…품귀현상도


중국축구협회가 최근 2018시즌을 준비 중인 자국리그 각 구단들에게 공지한 규정 변경의 핵심 안건은 2가지다. ▲아시아쿼터 폐지 및 외국인선수 보유제한(슈퍼리그 4명·갑<甲·2부> 리그 3명) ▲23세 이하 영건들의 의무출전이다. 특히 2번째 사안이 눈길을 끈다.

좀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규정이다. 이미 올해부터 중국축구협회는 23세 이하 선수를 1명씩 출전토록 했으나 새 시즌은 더욱 빡빡해진다. 출전 용병들과 23세 이하 선수 숫자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만약 A구단이 외국인선수 3명을 경기엔트리에 포함시킬 경우, 23세 이하 선수도 3명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 해당 감독이 외국인선수를 쉬게 한다고 해도 ‘23세 이하 선수 1명 이상 출전’ 규정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듯 중국이 축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선수 보호와 성장을 위해서다. 엄청난 재정을 앞세운 클럽들의 호화로운 살림살이에 비해 대표팀을 비롯한 자국축구의 성장이 비례하지 않다는 판단에 축구계 최상위 기관이 나서게 됐다.

풀뿌리 축구, 영건 육성을 위한 중국의 관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에 앞서 올 여름에는 외국인선수 영입에 4500만 위안(약 75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출할 경우, 같은 금액을 중국축구협회에 ‘유소년 발전기금’ 명목으로 납부토록 했다. 또 국내 선수를 데려올 때도 2000만 위안(약 33억원)을 지불했을 경우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중국 주요클럽들이 돈을 지출하는 방향도 많이 바뀌었다. 어지간하면 지출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한걸음 더 나아가 영건 영입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물론 유소년들도 따로 육성시키고 있으나 단기간에 쓸만한 자원들을 대거 확보하는 일은 수월하지 않다.

실제로 ‘전통의 큰 손’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최근 23세 이하 선수들을 5명이나 싹쓸이했다. 별도 발전기금을 지불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상당한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중국은 어지간한 중진급 선수보다 어린 선수들의 몸값이 높다. 실력은 뒤쳐지는데, 어쩔 수 없다. 괜찮은 어린선수들의 품귀현상도 크지만 막대한 돈을 투자해 기약 없는 성장을 기다리기보다는 어지간한 선수 몇 명을 데려오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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