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이 ‘망작’이 되는 순간이 이런 걸까.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가 방송 2회 만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넘어 제작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시작은 지난 24일 ‘화유기’ 2회 방송분부터다.
애초 ‘화유기’는 23일 정상적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이날 2회 방송분을 송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흡한 편집 분량이 문제였다. 완성되지 않은 CG(컴퓨터 그래픽)가 발견되면서 두 차례 지연 사고가 벌어졌고, 이는 방송 중단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에 방송사와 제작진은 공식 사과했다. tvN은 “‘화유기’ 2회의 CG 작업 지연으로 인해, 미완성 장면 노출 및 장시간 예고로 시청에 불편을 드리게 됐다. 2회 방송사고와 관련해 제작진, tvN 채널, 그리고 후반작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한다”며 “‘화유기’는 10월 초 첫 촬영을 시작해 현재 6화 분량을 촬영 중이다. CG 작업은 촬영과 편집이 완료된 분량을 최대한 빨리 전달해 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화유기’가 다른 작품보다 요괴, 퇴마를 테마로 하는 만큼 CG 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아, 2화 후반부 CG 완성본이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 입고돼 사고로 이어졌다. 이번 방송 사고를 깊이 반성하며 제작진과 tvN은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가 된 ‘화유기’ 2회분은 재정비 후 25일 중간광고를 제외한 채 방영돼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의 제작 방식은 또 다른 사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23일 새벽 1시 40분경 경기도 안성의 ‘화유기’ 세트장에서 작업 중인 스태프 한 명이 낙상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등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이에 대해 tvN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픔을 겪고 계신 가족에게 가슴 깊이 위로와 사과의 말을 전한다. ‘화유기’에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전한다. 제작진은 사고 발생 당시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스태프 분의 가족 측과 꾸준히 치료 경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면서 “‘화유기’ 제작진 및 tvN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화유기’ 사태는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사의 공식 사과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화유기’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고가 드라마 제작현장의 총책임을 맡은 PD와 업무지시를 내린 미술감독만의 책임이 아님을 명확히 하며 고용노동부는 즉시 CJ E&M과 JS픽쳐스에 드라마 제작 중지를 명령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관계당국과 조속히 협의하여 CJ E&M과 JS픽쳐스의 근로환경과 안전대책 수립 현황을 즉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결코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 한 명의 안전사고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시청률과 매출액, 그리고 한류로 포장될 수 없다. 인권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제작 현장은 어떤 성과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가 즉시 ‘화유기’의 제작 중단을 명령하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화유기’의 제작 중지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이런 사고를 잊고 ‘화유기’에 열광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경찰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조명팀 해고 논란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화유기’는 결국 3회분부터 결방을 예고했다.
tvN은 29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화유기’의 제작 환경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오는 30일 방영 예정이던 ‘화유기’ 3화 편성을 최소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24일 방송 지연 및 중단, 촬영 현장에서의 스태프 부상 등 ‘화유기’ 제작 과정 상의 문제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한다”면서 “현재 ‘화유기’는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 추가 제작 촬영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적인 세트 안전점검을 통해서 촬영 환경과 스태프들의 작업 여건, 제작 일정을 다각도로 재정비 하는 중이다.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작 환경을 보완하기 위함이오니, 많은 양해 부탁한다”고 전했다.
‘최소 일주일 간의 결방’이라는 단서를 단 ‘화유기’다. 그렇지만 ‘최소’라는 단어가 ‘무기한’이라는 불길한 기운을 내포하기도 한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결방의 늪’ 즉, 제작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결방 결정 과정에서도 잡음은 많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
한 방송관계자는 “애초 이번주 ‘통 결방’ 이야기가 나왔지만, 3회는 방송하고 4회는 결방하는 의견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하루 전인 오늘(29일) 결방이 확정됐다. 배우들은 결방되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 제작사는 방송한다고 고지했던 터였다.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고가 일어나고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안타깝지만, 작품에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경우도 있다. 정말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공식입장 전문>
<화유기>를 지켜봐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말씀을 전합니다. tvN은 토일드라마 <화유기>의 제작 환경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오는 30일(토) 방영 예정이던 <화유기> 3화 편성을 최소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2월 24일(일) 방송 지연 및 중단, 촬영 현장에서의 스태프 부상 등 <화유기> 제작 과정 상의 문제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현재 <화유기>는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 추가 제작 촬영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적인 세트 안전점검을 통해서 촬영 환경과 스태프들의 작업 여건, 제작 일정을 다각도로 재정비 하는 중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작 환경을 보완하기 위함이오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화유기’에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송구한 말씀을 드리며, 철저한 점검과 보완의 과정을 거쳐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