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DB 이상범 감독 “당장의 1승보다 팀 발전 더 중요, 성적 1%도 생각 안해”

입력 2018-01-0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B 이상범 감독은 새해가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만 하다. 1년 전 야인생활을 했던 그는 어엿한 프로팀의 수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성적보다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에 그의 얼굴이 환하게 폈다. 사진제공|KBL

■ 최고의 시즌 보내고 있는 DB 이상범 감독

고른 기용·자율성 존중…선두 등극의 힘
긴 야인 생활…“선수들 마음 헤아린 계기”

이상범(49) 감독이 이끄는 원주 DB는 지난 1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79-70 으로 승리해 기분 좋게 2018년을 열었다. 3쿼터 한 때 16점차까지 뒤졌던 DB는 특유의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끝까지 집중을 해줘 이겼다. 새해 첫날 이기니까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DB는 리그 선두에 올랐다. 이 감독은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적 때문이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체에 대한 소중함과 제자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확 달라진 2017년 1월과 2018년 1월

1년 전 만해도 이 감독은 이와 같은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객원 코치 신분으로 일본의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지냈다. 이 감독은 “작년 1월에는 도쿄에 있었다. 일본 프로농구를 보러 다니고, 지인들을 만나면서 새해를 맞았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1년 사이 이 감독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4월 DB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기적이 일어났다. DB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즌 내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성적을 떠나 선수들에게 고르게 출전시간을 부여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량 발전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 감독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마저 ‘갓상범’이라 부른다. 김주성(39), 윤호영(34), 두경민(27) 등을 제외하면 DB에는 벤치에 앉아 있던 시간이 많았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감독의 지도 아래 ‘탐나는 선수’로 변신했다.

이 감독은 “1년 전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람은 역시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코트를 떠난 시간이 길어져 ‘다시 감독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트가 그리웠다. 야인 경험 덕분에 경기를 뛰고 싶은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됐다. 그 마음을 알기에 출전시간을 준 것 뿐이다. 선수들이 잘해 이뤄낸 성과다”라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DB 이상범 감독(왼쪽). 사진제공|DB 프로미



● DB, 발전이 중요한 이유

이 감독은 엔트리에 포함된 12명의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편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경기에서 빼지 않고 만회할 기회를 준다. DB선수들이 실책 걱정 없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하는 원동력이다. 이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그는 “되던, 안 되던 코트에 서는 선수에게는 일정 시간을 무조건 준다. 이번 시즌만 보고 지금과 같이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당장의 1승 보다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은 다음 시즌이 더 중요하다. (김)주성이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고, (두)경민이는 군대를 가야한다. 전력 보강 요소가 없다. 대어급 신인 선수도, 판도를 바꿀 만한 FA 선수도 없어 지금 있는 선수들이 발전해야만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거듭되는 승리에 성적 욕심을 낼 법하지만, 이 감독은 자세를 더 낮췄다. “성적은 1%도 생각 안 한다. 그럴 때가 아니다. 2018년 소망은 다른 것 없다. 더 즐겁게 농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