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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옥 늪’에서 허우적대던 tvN 드라마가 기사회생하고 있다. 굳이 ‘응답’하지 않아도 슬기롭게 두 자릿수를 나타내며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그 시작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극본기획 이우정, 연출 신원호)부터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출자 신원호 PD의 신작으로, “만약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가 되었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시작한 이 작품은 ‘교도소’라는 낯선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촘촘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와 곳곳에 숨겨진 웃음 포인트가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덕분에 시청률을 나날이 상승 곡선. 특히 10일 방송된 ‘슬기로운 감빵생활’ 13회는 시청률 평균 10.1%, 최고 12%를 기록했다. 이는 자체 최고시청률인 동시에 tvN 드라마로써는 약 1년 만에 최고 수치다. 지난해 1월 케이블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최종회·평균 20.5%)을 기록하고 떠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이후 첫 두 자릿수 시청률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tvN 드라마는 ‘암흑기’라 불리며 저조한 시청률, 낮은 화제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비밀의 숲’, ‘명불허전’ 등 몇몇 작품이 선전했으나, 10주년 특수를 누린 재작년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민망할 정도다. 드라마 편성 블록을 ‘월화’, ‘수목’, ‘토일’ 세 블록으로 나눠 이전보다 더 많은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대표할 만한 작품이 손에 꼽는다. 그만큼 지난 1년은 tvN 드라마의 흑역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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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tvN 드라마의 구세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어도 된다는 확신은 tvN 내부에서도 박수 칠 만한 성과다. 또 시리즈물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높은 시청률까지 더해지면서 ‘시청률 지옥 늪’에 빠진 tvN 드라마에도 희망이 생기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설마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 다들 7% 내외를 예상했었다. 호불호가 있는 드라마였다. 첫회 방송 이후에도 반응은 엇갈렸다. 그런데도 전개될 수록 반응이 좋아지더라.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을 이해하는 신원호 PD의 연출이 만나니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지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시즌2도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시즌2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동아닷컴에 “다음 시즌이나 시리즈에 관한 것은 이번 드라마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응답하라’ 때와 마찬가지다. 반응이 좋으니깐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새로운 시리즈도 가능하다. 이번 드라마가 끝나고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