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힘이 됐으면”…김동률, 3년 만에 컴백 소감 [전문]

입력 2018-01-11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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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동률이 3년여의 공백을 깨고 음악으로 팬들에게 돌아오는 소감을 전했다.

김동률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꽤 오래전부터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앨범이 은퇴 앨범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하자’. 은퇴를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 가짐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데뷔했을 90년대만 해도 마흔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수는 드물었기에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그러다 보니 앨범을 만들 때마다 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뷔한지 25년이 됐다. 한 앨범이 사랑을 받고 다음 앨범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스무 살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 음악은 할수록 더 어렵고, 결코 쉬워지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좋아해줄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배가 된다는 것을 스무 살의 나는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게 됐다”라며 “음악하는 선배로서 역할과 책임감이 함께 생긴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동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샤이니 멤버였던 故 종현을 언급하며 “얼마 전 아직 어리고 아까운 후배 한 명을 떠나보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음악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이룰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잘 늙어 가는 모습,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쪼록 제 음악이 추운 겨울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하 김동률 페이스북 글 전문>

꽤 오래전부터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앨범이 은퇴 앨범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

은퇴를 하고 싶단 뜻은 아닙니다. 가슴 철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데뷔했던 90년대만 해도, 데뷔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고, 마흔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수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뮤지션은 시한부 직업이다,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장 한 장 앨범을 만들 때마다 늘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어느덧 제가 데뷔한 지 25년이 되어 갑니다.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던 날로 돌아가서 그때의 제게 “넌 앞으로 25년 동안 계속 음악을 할 거야.” 라고 말해 준다면 스무 살의 저는 쉽게 믿어졌을까요?

한 앨범이 사랑을 받고, 그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나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좋아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스무 살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요. 그렇지만, 음악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결코 쉬워지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수록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 또한 배로 는다는 사실 또한 아마 잘 몰랐겠지요. 그때는.

어렸을 때는 마냥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덧붙여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기에 또 하나 덧붙여, 음악 하는 선배로서의 역할과 책임감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어느덧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직 어리고 아까운 후배 한 명을 떠나보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이룰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잘 늙어 가는 모습,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제 잠시 후에 저의 새로운 곡들이 발표됩니다. 익숙해 질만도 한데, 매번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는 참 많이 설레고 떨립니다. 아쉬움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지난 일 년여의 작업을 되새기다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먼저, 2015년 ‘The Concert’ 공연을 마치고 한참 슬럼프에 빠져 있던 제게 손을 내밀어 준 프로듀서 황성제군. 그리고 성제와 함께 일 년여 동안 편곡 및 거의 모든 녹음을 함께 해 준 수민이, 그리고 멋진 스트링 편곡과 더불어, LA에서 런던까지 날아와 손수 지휘를 맡아 준 인영누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멋진 편곡을 해 주신 건이형, 이제는 탱고의 마스터가 된 상지, 이 외에 연주나 녹음에 도움 주신 많은 분들,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신 선후배님들 친구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모두 이분들 덕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뒤에 설레는 맘으로 음악을 들어 주실 곳곳의 숨은 팬 여러분들.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없어도, 이제 생일 선물이나 초콜릿 선물 같은 건 들어오지 않아도, 조용히 각자의 삶 속에서 제 음악을 듣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쪼록 제 음악이 추운 겨울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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