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살아있는 전설 김주성이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불꽃을 태운다. 김주성은 13일과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본경기를 비롯해 3점슛 콘테스트와 3X3 대학 OB 최강전에 모두 나서 팬들과 추억을 나눈다. 스포츠동아DB
3점슛 성공률 39%…“이렇게 재미있는 걸 늦게 알아”
프로농구의 전설 김주성(DB·39)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그에게는 매 경기 매 순간이 마지막이다. 각 구단은 프로농구를 빛낸 김주성을 위해 은퇴투어를 준비하는 등 전설과의 추억 쌓기에 동참하고 있다. 올스타전도 마찬가지다. 김주성은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마지막 올스타 무대다.
DB 김주성. 스포츠동아DB
● 올스타로 시작한 레전드, 마지막도 올스타
김주성은 올스타 단골손님이다. 2002∼2003시즌 데뷔 이래 올 시즌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16시즌 연속으로 올스타에 뽑혔다(2015∼2016시즌에는 팬투표로 베스트5에 뽑혔지만 부상으로 불참). 데뷔 때 올스타에 뽑혀 마지막 순간까지 올스타로 남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만큼 리그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김주성은 이를 동료들의 도움으로 공을 돌렸다.
“나는 운이 좋다. 농구 잘하는 선배들을 만나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데뷔시즌을 치르기 직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 때 열심히 뛴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서는 농구 잘하는 후배들 덕분에 다시 한 번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개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자부심이다”고 했다. 이어 “내 선수생활이 늘 그랬다. TG(현 DB)에 입단했을 때도 허재(국가대표팀 감독), 양경민(은퇴), 신기성(신한은행 감독), 표명일(전 DB코치) 등 좋은 형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 나이가 들면서는 윤호영, 이광재(kt)가 같이 있었고 허웅(국군체육부대), 두경민, 김태홍, 서민수 등 지금 뛰는 후배들과 즐기면서 농구를 해왔다. 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당시 김주성. 스포츠동아DB
프로생활을 함께해 온 선·후배들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김주성도 그만큼 지인들을 잘 챙겼다. 그는 후배들이 잘 따르는 선배이기도 하다. 같은 팀 동료 뿐 아니라 조성민(LG), 오세근(KGC), 함지훈(현대모비스), 김선형(SK), 장재석(오리온·공익근무), 김종규(LG) 등도 김주성을 잘 따른다.
하나의 일화가 있다. 2007년 국가대표팀 예비소집 때의 일이다.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대한농구협회 회의실에서 예비소집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온 김주성은 이광재를 불러 10만원을 쥐어줬다. 당시 이광재는 대표팀 예비소집에 참석한 양희종(KGC), 함지훈과 함께 상무에서 군복무 중이었다. ‘부대 들어가는 길에 택시타고 편하게 가라’며 준 돈이었다.
또한 라운드 수당을 받으면 트레이너, 구단버스 운전기사, 식당 아줌마들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돕는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전해왔다.
김주성은 “(양)경민 형, (표)명일 형이 선수단을 잘 챙겼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수당을 받으면 선수 기여도에 따라 등급(A·B·C)이 있었다. 양경민 형과 표명일 형은 주전들의 수당을 걷어서 백업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그 전통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 내가 주장일 때도 그렇게 해왔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구단에서 등급 구분 없이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해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DB 김주성의 블록슛 장면. 스포츠동아DB
● “그래도 김주성이 빠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KBL은 올스타 팬투표에 앞서 각 구단으로부터 팬투표에 올릴 후보군(팀당6명)을 추천받는다. 구단이 KBL에 통보하는 팬투표 후보명단에는 ‘당연히’ 주전선수의 이름이 올라간다. DB는 두경민(27) 박병우(29·이상 가드), 디온테 버튼(24), 김태홍(30·이상 포워드), 로드 벤슨(34·센터)과 함께 김주성을 포함시켰다. 현재 김주성은 DB의 주전이 아니다. DB의 주전 파워포워드는 서민수(25)다. 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그렸기 때문에 충분히 팬 투표 후보 명단에 올라갈 만한 선수였다.
DB관계자는 “(김)주성이가 식스맨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DB하면 김주성 아닌가. 게다가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텐데 팬투표에서 뽑힐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김주성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모두의 예상대로 팬투표에서 24명 안에 뽑혀 은퇴시즌에 올스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주성은 “요즘 잘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솔직히 뽑힐 줄 몰랐다.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남기자는 의미에서 뽑아주신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올스타전 출전 소감을 밝혔다.
3점슛 시도하는 김주성. 사진제공|KBL
● “덩크슛 대신 3점슛”
김주성은 지난시즌부터 3점슛 비중이 크게 늘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몸싸움에서 밀려나면서 선택한 득점 방법이 큰 효과를 봤다.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지난시즌 오픈 3점슛에서 재미를 보자 올해 여름에는 틈나는 대로 무빙 스텝을 밟고 쏘는 3점슛을 연습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3점슛을 잘 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재밌는 걸 너네들끼리만 쐈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며 껄껄 웃었다.
올 시즌에는 아예 3점슛이 주요 공격루트다. 올 시즌 155차례의 슛을 던졌는데 이중 80개가 3점슛이다. 공격의 절반 이상이 3점슛이다. 80개의 3점슛을 던져 31개를 성공시켰으며 성공률도 38.8%로 나쁘지 않다. 이 여세를 몰아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3점슛 콘테스트에 출전해 두경민, 차바위(전자랜드), 송창용(KCC), 김동욱(삼성), 큐제이 피터슨(KGC), 김기윤(kt), 테리코 화이트(SK), 김시래(LG), 전준범(현대모비스), 최진수(오리온)과 ‘3점슛 1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김주성은 “(2010년)대표팀 때 매니저를 했던 KBL 이혁준 대리에게서 얼마 전에 전화가 왔다. ‘3점슛 대회에 나가라’더라. 극구 사양했는데 ‘마지막인데 좋은 추억삼아 출전 했으면 한다’는 말에 출전하기로 했다. 나는 전문슈터가 아니어서 많이 넣지 못할 거다. 기대는 크게 안 한다. 그냥 즐겁게 참가 자체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사실 3점슛보다는 덩크슛으로 더 정평이 나 있는 선수다. 나이가 들면서 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무릎부상을 당한 2015∼2016시즌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최소 1개 이상을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올 시즌에도 한 차례 덩크슛을 했다.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김주성의 덩크슛을 볼 수 있을까?
김주성은 “팬들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덩크슛은 못할 것 같다. 시즌 일정을 치르다보니 안 좋은 무릎에 피로가 쌓여 점프를 많이 할 수 없다. 올 시즌 유일한 덩크슛(2017년 12월 7일 전자랜드전)도 원래는 레이업슛으로 쏘려는 거였는데, 스텝을 밟을 때 왠지 공을 흘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억지로 한 거다. 덩크슛은 후배들이랑 외국인선수들이 멋있게 할 것이다”라며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