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빵’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 “나 떴떠 완던 떴떠!”

입력 2018-01-18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케이블채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은 마성의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랜 시간 연극무대를 지켜온 그는 가족의 응원 속에 ‘신인’의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나서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슬기로운 감빵생활’서 ‘문래동 카이스트’로 뜬 박호산

요즘은 어디서든 알아봐 인기 실감
마치 대한민국이 대학로가 된 기분
혀 짧은 발음 캐릭터는 신 PD의 힘
방송에선 신인, 더 열정적으로 뛸 것


배우 박호산(46)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역을 맡아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인기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혀 짧은 발음을 하는 캐릭터여서 그가 대사를 할 때면 발음이 다소 새지만, 그의 연기력은 샐 구멍 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시청자도 그 마성의 연기력에 빠져든다. 이런 반응은 21년 동안 성실하게 활동한 것에 대한 보답일까. 박호산은 “충분히 행복해하면서 즐기고 싶다”며 웃었다.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는 팬들과 사진 찍고 사인을 해드린 경험은 있지만 운전하다 신호를 기다릴 때 맞은편에서 창문 열고 인사하고,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알아봐주시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마치 대한민국이 대학로가 된 기분이다. 하하!”

배우로서 처음 느껴보는 인기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인지도를 얻길 기다려왔던 날들을 되돌아보면 그저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박호산은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인지도가 생기면 지켜나갈 자신이 없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도 클 테고. 지금 그 실력인지 모르겠지만(웃음), 열심히 해왔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박호산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터닝 포인트”를 맞게 해준 연출자 신원호 PD에 대해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많은 대중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배우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사람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캐스팅하기 위해 저 같은 무명 연극배우의 공연을 일일이 보러 다니는 건 쉽지 않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배우를 눈여겨보지 않을까. 저를 통해 후배들이 힘을 얻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속 박호산(맨 왼쪽)의 모습. 사진제공|tvN


극중 수많은 캐릭터 속에서 자신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도 신 PD의 힘이라고 공을 돌린다. 박호산은 “그야말로 캐릭터 열전이다. 주인공과 관계되는 조연이나 단역들의 이야기도 확실하게 살려준다. 감정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는 기술이 뛰어나다”며 “이 때문에 저희들이 몸이 힘들긴 했지만(웃음) 재밌어서 촬영장에 빨리 가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박호산은 극중 혀 짧은 발음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를 제대로 구사하기까지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혀를 윗니 뒤에 붙이고 대사를 읊어봤지만 불편했고, 결국 그는 아예 혀의 길이가 실제보다 반 정도 짧다고 여기며 연습했다. 그 과정은 어려웠지만 시청자에게 안기는 극적인 재미는 컸다. 발음이 부정확하다보니 비속어나 욕설, 상품 브랜드가 그의 입을 통해 나와도 방송심의에 걸릴 염려가 없었고, 오히려 웃음의 요소로 ‘재탄생’됐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어느 캐릭터를 맡아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실력은 확실하게 인정받은 셈이다.

박호산의 ‘자랑거리’는 또 하나 있다. 바로 백발이다. 그는 “원래 새치가 많은데 30대 중반부터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마흔 살에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됐다. 어떤 색깔로 염색해도 흰색이어서 잘 나온다”면서도 “백발을 하고 있으면 나이 든 역할에 갇힐 수 있어 평소에는 한 달에 한번씩 염색한다”고 했다.

박호산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세 번째 드라마다. 2016년 SBS ‘원티드’와 2017년 SBS ‘피고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마는 연극과 달리 촬영일정이 일정치 않다. 아예 촬영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엔 집에서 하루 종일 쉬기도 하지만, 취미생활을 즐기는 시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공연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리고, 정해진 시간에 집합해야 해 저만의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드라마를 하면서 작년 3월에 볼링을 시작해 프로 테스트도 받았고, 서핑은 한 지 2년 넘었다. 드라마가 저에게 준 의외의 선물이다.”

배우 박호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자신의 드라마 출연이 가족에게 기쁨이 되는 것도 박호산에겐 즐거운 일이다. 아내는 물론 군대에 간 첫째 아들, 올해 고등학교 졸업하는 둘째 아들, 늦둥이인 5살 아들이 TV에서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기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

“(방송에서는)난 아직 신인이다. 신인답게 열정적으로 빨리 차기작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배우 손에 대본이 없으면 실업자이지 않나. 시청자들이 식사를 하든 주무시든 저는 캐릭터 하나 들고 안방으로 쳐들어가겠다. 기다려 달라. 하하! 내년에는 무대에도 설 계획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