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7-2018 프로농구 올스타전' 드림팀 vs 매직팀의 경기가 열렸다. 눈 가리고 하프라인 3점슛에 나선 최준용이 슛이 실패했으나 동료들의 장난스런 성공 세리머니를 받고 있다. 잠실학생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4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한 명의 스타를 낳았다. 바로 최준용(24·서울 SK)이다. 13일 올스타 전야제와 14일 본 경기에 모두 나선 최준용은 KBL이 준비한 깜짝 몰래카메라 덕분에 ‘강제 스타’가 됐다.
사연은 이랬다. 14일 올스타전 도중 마련된 하프라인 슛 이벤트에서 최준용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도전자로 나섰다. 성공 상품은 고급 외제차 한 대. 그런데 최준용이 안대로 눈을 가리는 순간, 경기장 전광판에는 흥미로운 공지 하나가 떴다. 하프라인에서 던진 슛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마치 성공한 것처럼 환호성을 질러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른바 최준용 몰래카메라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최준용은 정성을 다해 장거리 슛을 던졌다. 공은 예상대로 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슛하기가 무섭게 다른 동료선수들이 최준용에게 달려들어 껴안으면서 성공한 것처럼 기뻐했다.
관중들도 함성을 질렀다. 경기장은 이내 열광적인 분위기로 휩싸였다.
몰래카메라 당사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뻐했지만, 잠시 뒤 방영된 전광판 영상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됐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이었다. KBL은 외제차 대신 장난감 승용차를 최준용에게 선물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준용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날 몰래카메라는 이번 올스타전 번외 이벤트 가운데 백미로 꼽히면서 현장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사건 이틀 뒤 다시 마주한 몰래카메라 주인공은 담담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16일 서울 삼성전이 열린 잠실체육관에서 만난 최준용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엔) 됐다 싶었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 “외제차를 대신해 받은 장난감 승용차 한 대를 숙소로 끌고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비록 큼지막한 선물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팬들이 즐거워했다는 사실 하나는 위로가 됐다. 최준용은 “관중들 앞에서 몰래카메라를 당했지만 팬들께서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분은 좋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벤트가 많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팬들을 위한 시간 역시 필요하다. 나 역시 이 같은 깜짝 이벤트에 많이 동참하려고 한다”고 의젓한 자세를 보였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