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안 보여도, 다리가 불편해도…무대는 평등해”

입력 2018-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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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우들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들이 26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희망등대

■ ‘뮤지컬 넘버 플레이 2018’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선갈라쇼
26일 두차례 공연…수익금 전액 기부


“하루 8시간 연습을 마치고 나면 온 몸이…그래도 괜찮습니다. 꿈이 있으니까요.”

‘특별한’ 공연 한 편이 26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 5관에서 막을 올린다. 이 공연이 눈길을 ‘특별하게’ 끄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장애의 유형도 다양하다. 앞이 보이지 않거나 다리가 불편하거나, 혹은 왜소하거나.

이 공연은 자선 뮤지컬 갈라쇼이다. 정식 타이틀은 ‘뮤지컬 넘버 플레이 2018 - 두 잇 투게더(Do It Together)’. 세종대 영화예술학과(학과장 김태훈) 학생들이 주축이 돼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뮤지컬 넘버 플레이’는 한 해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넘버(뮤지컬 작품 속의 노래)들을 갈라쇼 형태로 선보이는 콘서트이다. 귀에 익숙한 뮤지컬 명곡들을 코스 요리처럼 즐길 수 있는 자리이다. 올해는 ‘두 잇 투게더’라는 부제를 달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 배우들과 학생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서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뮤지컬 넘버 플레이’의 연출은 이 대학의 이서진 교수(영화예술학과)가 맡았다. 이서진 교수는 “이번 콘서트가 무대 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연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장애인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아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배우들 역시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무대 위에서 보여 줄 연기와 노래만큼은 단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명넘버 ‘지금 이 순간’을 시각장애인 심규철(39)씨가 부른다. 세 살 때 얻은 장애로 인해 자폐증과 주의력결핍장애, 과잉행동장애까지 있던 심씨지만 초등학교 시절 합창부 활동을 하며 음악가의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심씨는 “‘나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꿈이 생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이번 무대이다. 나 같은 장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앞으로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4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완혁(28)씨는 화려한 비보잉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김씨는 “뮤지컬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도전할 수 있는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은 춤이었다. 내 꿈은 ‘춤꾼’이다. 이번 무대가 내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딛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기쁘다”고 말했다.

자선 뮤지컬 갈라쇼 ‘뮤지컬 넘버 플레이 2018 - 두 잇 투게더’의 공연 수익금은 전액 사단법인 희망등대를 통해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26일 오후 3시와 8시, 두 차례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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