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트로이카②] 욕망·눈물·웃음까지…多통하는 ‘넘사벽 매력’

입력 2018-01-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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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미희-이미숙-나영희(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스튜디오드래곤

■ 연기인생 40년, 쉼표 없는 그녀들


‘흑기사’ 장미희, 가장 연장자 불구 최강 동안
‘돈꽃’ 이미숙, 4년간 출연 드라마 모두 흥행
‘황금빛’ 나영희, 영화 ‘기억의밤’서도 호평


새로운 ‘중년의 아이콘’이다.

배우 장미희(60), 이미숙(58), 나영희(57)가 탁월한 연기력과 빼어난 패션을 앞세워 안방극장에서 ‘시청률 제조기’로 주목받고 있다. 각기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 MBC 주말드라마 ‘돈꽃’,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중인 이들은 오랜 연기 생활에서 뿜어 나오는 내공은 물론 세월이 완성해준 원숙미가 더해져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현재 맡은 캐릭터도 비슷하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모님. 화려하고 강렬한 연기와 외모는 20∼30대 스타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경지)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시청률을 움직이는 중년의 패셔니스타 3인. 가히 ‘사모님 트로이카’이다.


● 고급스럽고 화려한 여성미…눈부터 사로잡는다!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패션을 보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다. 장미희, 이미숙, 나영희는 각기 주연한 드라마에서 저마다 화려한 패션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누구 하나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고 ‘돈 많은 싸모님 패션’이라는 공통된 수식어로 묶이지만,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감각과 매력으로 차별화를 이룬다.

KBS 2TV 드라마 ‘흑기사’에서의 장미희. 사진제공|n.CH엔터테인먼트


가장 연장자인 장미희에게서는 ‘세월의 무상함’이 잠시라도 느껴지지 않는다. ‘흑기사’에서 200년 넘게 산 귀신 캐릭터라 온 몸에 미스터리한 신비함이 감돈다. 극중 장미희가 선보이는 패션도 이런 매력을 배가시킨다. 20대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아방가르드 패션’을 소화한다. 스타일리스트 조윤희 실장에 따르면 극중 캐릭터와 실제 장미희가 가진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의상 콘셉트를 ‘세련되면서도 간결한 미니멀리즘’으로 잡았다. 매회 패션잡지의 화보를 촬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벽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도 장미희의 남다른 패션 감각에서 비롯됐다. 장미희는 조 실장과 함께 매회 스타일을 꼼꼼히 체크한다. 협찬 의상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의상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장미희가 소장하고 있는 옷까지 총동원한다.

MBC 드라마 ‘돈꽃’에서의 이미숙. 사진제공|온누리 미디어


장미희가 간결한 세련미를 강조했다면 이미숙은 화려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돈꽃’에서 이미숙은 욕망에 가득 찬 인물로 정·재계를 주무르는 캐릭터다. 이를 쉽고도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불꽃 카리스마’를 키워드로 정하고 그에 맞는 패션을 선보인다. ‘재벌가의 며느리’라고 해서 우아함만 표현하면 기존의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그의 오래된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실장과 ‘이미숙 표’ 패션을 완성했다. 몸매가 드러나는 롱 원피스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코트 등 ‘길이감’ 있는 아이템으로 카리스마와 섹시미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김 실장에 따르면 매회 이미숙이 입고 등장하는 옷의 가격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6일 방송에서 이미숙이 입은 긴 갈색 모피는 4억 원이 넘는다.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의 나영희. 사진제공|스튜디오드래곤


‘노명희 패션의 모든 것’이라는 블로그까지 등장한 나영희의 패션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재벌가의 장녀 노명희 역을 맡은 그는 ‘뼛속까지 재벌가의 피가 흐른다’는 대사에 어울리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하고 매순간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담당 스타일리스트 윤성희 실장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여자 대표를 모티브로 삼았다. 윤 실장은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이 콘셉트”라며 “재벌가의 며느리라고 해서 ‘뻔한’ 재벌룩이 아니라 패턴을 강조하거나 액세서리로 ‘엣지’있는 패션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 40여 년 연기내공…관록의 ‘트로이카’

한 길만 걸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쌓은 내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빛을 내기 마련이다. 장미희와 이미숙, 나영희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 사이 연기를 시작한 이들의 배우 경력은 40여년에 달한다. 각기 출연작도 영화와 드라마를 합해 60∼70편에 이른다. 데뷔 초 또래 여배우들과 묶여 따로 또 같이 비교됐던 이들이 세월의 깊이를 더한 지금, 새로운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3인이 출연한 드라마 목록은 곧 방송가 히트작 리스트나 다름없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활약이 몇 년째 꾸준하다.

이미숙은 ‘돈꽃’에 앞서 SBS ‘사랑의 온도’와 ‘질투의 화신’, MBC ‘장밋빛 연인들’까지 최근 4년간 출연한 드라마가 전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장미희 역시 ‘흑기사’ 이전인 2015년 출연한 지상파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성공을 맛봤다. 나영희의 활약은 더 화려하다. 2014년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선 푼수기 다분한 엄마로, 이듬해 ‘프로듀사’에서는 속 정 깊은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로, 지난해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모성애 짙은 엄마로 나서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출연작 선택의 폭이 젊은 배우들에 비해 넓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내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모님’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지만 어떤 캐릭터든 거뜬히 소화하는 변화무쌍한 변신은 이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때때로 이들의 무대는 스크린으로도 넓어진다. 나영희는 최근 개봉한 영화 ‘기억의 밤’에 출연해 호평 받았다.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은 그런 나영희를 두고 “엄마이면서도 여자로도 보일 수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40여년 간 쌓은 높은 인지도는 이들 세 배우가 가진 또 다른 ‘무기’다. 시청자가 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대로 몰입할 수 있는 배경 역시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난, 믿을 수 있는 배우이기에 가능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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