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전북 김진수 “간절한 태극마크…내 인생 마지막 월드컵이라 생각하겠다”

입력 2018-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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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진수는 희망의 2018시즌을 그리고 있다. 팀 최대 목표인 AFC 챔피언스리그와 오랜 꿈인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간절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첫 시즌서 우승…난 행복한 선수
녹색 유니폼 입고 뛰는 ‘ACL 무대’ 기대
4년 전 대표팀 낙마…러 월드컵 더 간절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는 최정예 자원들이 넘쳐난다. 좋은 선수를 향한 벤치의 끊임없는 관심과 구단의 적극적인 정성이 만든 결실이다. 알찬 행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지금의 위치에 섰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26)도 그렇게 지난해 1월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경험한 K리그 무대는 쉽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우승의 맛도 알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앞서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진수는 그 자신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온통 감사함이 넘친 시간이었다고 2017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안주할 틈도 없다. 더욱 혹독한 시즌이 예고됐다. 전북의 일원으로 클래식과 FA컵은 물론, 최대 목표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도전에 나선다. 태극마크를 달고 평생 꿈꾸던 월드컵도 5개월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갑작스런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경험 탓에 2018러시아월드컵은 더 없이 간절하다. “4년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는 훨씬 좋은 선수들이 많아질 수 있다. 오늘부터 먼저 충실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면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K리그에서의 첫 해는 어떻게 기억하나.

“독일생활 막바지 거의 1시즌을 쉬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출전했다는 부분에 만족한다. 또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더욱이 프로생활을 하고 첫 경험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종종 우승을 했지만 프로는 확실히 쉽지 않았다. 솔직히 프로선수로 우승 한 번 못하고 떠나는 선수들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난 참으로 행복하다.”


-독일 경험을 돌이켰을 때, 지금의 자신은 어디까지 성장했나.

“일단 독일에 머물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16∼2017시즌까지 마치고 이적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K리그에 안착하게 됐다. 후회? 전혀 없다.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또 한참을 쉰 몸이 버텨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본 J리그를 거쳐 2년 반 가량 분데스리가에 머물며 많이 배웠다.”


-최강희 감독은 장난삼아 ‘축구 못하는 선수’로 표현하곤 한다.

“음,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웃음). 자신감도 항상 가득하다. 다만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포지션에 맞는 공격∼수비에서의 역할이 있다. 모두 잘하고 싶다. 공수 전개속도와 빠른 템포까지 전부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

전북 김진수.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이 있다면.

“시즌 개막전에서의 프리킥 골과 10월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장면이 생생하다. 공식적으로 1년 2개월여 만의 출전경기에서 득점을, 그것도 프리킥으로 꽂았다. 호펜하임과 니가타 시절에는 종종 세트피스 키커를 맡기도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양보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제주 원정 골로 감독님에게 200승을 선물해드렸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전북은 왜 강한가. 내부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여유와 자신감이다. 호펜하임은 중위권, 니가타는 중하위권 클럽이다. 그런데 전북은 항상 타이틀을 목표한다. 우승도 해본 자만이 노하우를 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 경기를 하는지, 또 어떻게 위기를 넘기는지 특유의 DNA가 있다. 물론 그만큼 경쟁수준이 다르다. 1∼2경기 거르는 건 기본이다. 그럼에도 동료 모두가 불평불만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 내가 못 뛰어도, 또 누가 나서도 이긴다는 확신이 가득하다. 전원이 베스트11이다.”

전북현대 김진수가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홈경기 전반 39분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리그에서 가장 재미있는 상대는 누구인가.

“FC서울이다. 지난 시즌의 모든 서울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 4월 전주종합경기장에서의 경기가 흥미진진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라커룸에서의 두근거림이 강했다. 선수들이 여느 때보다 강하게 뭉쳤다. 2016시즌 최종전 패배를 상기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절대로 패할 수 없다’는 기류가 흘렀다.”


-K리그의 복귀는 상상했었나.

“솔직히 전북에서 연락이 오고도 많이 고민을 했다. K리그는 언젠가 반드시 밟을 무대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30대 초반에 향하고 싶었다. 유럽에 좀더 오래 남으려 했다. 전북이 제안했을 때 유럽 내에서의 콜도 있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자 고민했는데, 다행히 옳았다.”


-2018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지난해는 도전이 내 자신의 화두였다. 2번째 맞이할 시즌이다. 굉장히 설렌다. 클럽에서의 국제 대항전이 특히 기다려진다. 수준 높은 팀, 각 리그 최강 클럽만이 참여하는 무대가 아닌가. 틈날 때마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전북 경기를 자주 접하곤 했다. 골 모음부터 경기 하이라이트를 두루 접했다. 이제 그 무대를 내가 누빌 수 있다.”

축구대표팀 김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월드컵도 몹시 특별할 것 같다.

“물론이다. 이번 러시아대회가 내 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대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4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도 힘겹지만 그 때는 30세가 넘는다. 여전히 괜찮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또 대표팀에 좋은 전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먼저 올해부터다. 더 없이 간절하고 소중하다.”


-마음이 불안한가.

“마냥 편하다고는 할 수 없다. 러시아에 가지 못하면 다음 월드컵에는 도전할 수 있을지라는 불안감이 없진 않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근거린다. 4년 전에도 굉장히 몸이 좋다가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부상 상황이 종종 떠오른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한 불안을 극복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최대한 마음을 쉽게 가지려 한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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