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아니다. 노년의 삶에 온전히 집중한 영화 ‘비밥바룰라’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이다. 연기 경력 도합 207년에 빛나는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이 출연한 작품이다.
‘비밥바룰라’ 주연 배우 4인방과 최선자 김인권 그리고 이성재 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이성재 감독은 “영화사 김치 대표님이 노인의 삶을 경쾌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했고 나에게 시나리오와 연출을 제안해줬다. 노인들이 한 집에서 사는 이야기를 이 시대에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들이 가슴 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리얼 욜로 라이프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배우들 모두 ‘비밥바룰라’에 출연한 이유가 ‘노인의 영화’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인환은 “누군가의 아버지거나 할아버지 역할을 해왔다. 이 작품은 노인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선뜻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신구 또한 “누구나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현식은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어느덧 칠순을 넘었지만 내 나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인의 분류에 들어가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면서 “늙은이의 생활을 되도록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해왔다. 그래서 노인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하지 싶더라. 그런데 하다 보니 재밌고 정답더라”고 현장을 회상했다.
윤덕용은 “30대부터 노역을 많이 했다. 나이를 먹으면 노역이 다 내 것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아니었다. 주인공을 하던 분들이 나이 드시니까 노역을 하더라. 나는 밀려나서 한참을 못 했다. 많이 쉬고 있다가 ‘비밥바룰라’를 주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신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최선자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감정은 동일하다. 나이를 벗겨내서 젊음을 꽃피울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극 중 남편 신구 씨와 부부로 연기해서 기뻤다. 30대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할 때 남자 주인공이었던 신구 씨와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찍어서 좋았다. 기쁜 마음으로 작품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김인권은 “선생님들이 어떻게 연기하실지 궁금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되게 긴장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편하게 잘 해주셨다. 가족처럼 재밌게 촬영했다.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환상의 조합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이 감독은 “먼저 박인환 신구 선생님이 친구로 출연하는 게 정해져 있었다. 재미를 찾아줄 분이 필요해서 임현식 선생님께 제안 드렸다.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셔서 합류하게 됐다. 윤덕용 선생님도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둔 분이다. 그러면서 캐스팅이 자연스럽게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나이에 팔순 어른들의 감정을 담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제 선생님들이 성격과 모습이 작품에 많이 반영됐다. 촬영 과정을 통해 더욱 드러나서 보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박인환도 “주위에 흔한 평범한 인물이었다. 캐릭터에 대해 특별히 분석하거나 성격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집어넣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흔치 않은 작품이기에 배우들에게도, 충무로에도 의미 깊은 ‘비밥바룰라’. 박인환은 “따뜻하고 재밌는, 위안이 되는 영화다.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노년의 삶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밥바룰라’는 24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