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귀빈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 선수는 행사가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각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오직 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함께 땀 흘린 소중한 시간이었다. 솔직히 최근 며칠 갑자기 많은 것이 바뀌었고 무척 혼란스럽다. 더 어려운 부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함께 손잡고 ‘더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지만….”
결단식에서 로이터와 BBC 등 해외 언론들은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상당수는 말을 아꼈고 공식 행사에 조용히 집중했다. 새라 머레이(30·캐나다) 단일팀 감독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을 챙겼다.
이날 오전 내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평화 올림픽’과 ‘평양 올림픽’의 검색어 1위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평창올림픽의 유일한 남북 단일팀 여자아이스하키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결단식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축사를 한 유성엽(국민의당) 의원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 대신 다른 메모를 품에서 꺼냈다. 그리고 “평창에서 성화보다 더 빛나는 건 선수 여러분의 투지와 열정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잘 알고 있다.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키워왔던 소중한 꿈을 한순간에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선수들의 이야기에 밤잠을 설쳤다”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평화 올림픽의 축제 앞에 출전시간을 양보해야만 하는 우리 선수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단식 장은 숙연해졌다.
이어 축사를 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평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한다. 긴장의 한반도에 작으나마 평화의 숨통이 트인다”며 “단일팀으로 뛰는 여자아이스하키를 포함한 동계종목의 실업팀 창단과 유망주의 대학 특기생 입학을 돕겠다”고 말했다.
남북단일 여자아이스하키 팀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축사에서도 의미가 정반대였다. 25일 여자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은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12명의 북한 선수들과 한 팀으로 처음 만난다. 매 경기 엔트리 22명 중 세 자리는 북한 선수의 몫이다. 첫 경기는 2월 10일 스위스전이다. 약 2주간의 시간만이 남아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