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다역’ 하루가 짧은 KDB생명 박영진 대행

입력 2018-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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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박영진 감독대행. 사진제공|WKBL

구리 KDB생명은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최근 10연패를 당하는 등 시즌 성적이 4승19패에 그치면서 6개 구단 가운데 속절없는 최하위다.

당연히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결국 지난 8일 팀을 이끌어 온 김영주(50)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KDB생명은 박영진(43)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김 감독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만들었다.

여자프로농구 팀은 대부분의 구단이 2~3명의 코치가 감독을 돕지만, 현재 KDB생명은 코칭스태프가 박 감독대행 1명뿐이다. 김 감독의 사퇴로 KDB생명은 박 감독대행 혼자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학생 팀이나 아마추어 팀에서나 가능한 일이 명색이 프로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농구 감독은 경기 도중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선수교체를 하고 작전타임을 통해 전술의 변화를 주는 등 팀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워낙 급박하게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간혹 감독이 놓치는 부분은 곁에 있는 코치들이 체크해줘야 한다. 작전타임 때는 상대 팀의 선수 교체를 파악하고 우리와 상대 팀의 팀의 파울 수 등 세세한 부분을 감독에게 전달한다.

KDB생명은 지금 박 감독대행 혼자서 이를 다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혼자서 할 수도 없다. 그는 “정신이 없다. 내가 모든 부분을 체크할 수 없어서 팀 매니저나 몇몇 선수들이 분담해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박 감독대행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자프로농구 6개 팀은 팀당 5차례의 퓨쳐스리그(2군)경기를 치른다. 퓨쳐스리그는 정규리그에 앞서 열리기 때문에 각 팀의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한다. 코치가 없는 KDB생명은 박 감독대행이 퓨쳐스리그와 정규리그를 하루에 다 소화해야 한다.

KDB생명은 모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지원을 받아왔다. 2015년 김영주 감독 부임 때도 코치를 단 1명만 선임한 것 역시 코칭스태프를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이고자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는 박 감독대행이 1인다역을 소화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과연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프로팀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박 감독대행은 “지금으로서는 선수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시즌을 다 소화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하겠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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