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대관령, 고즈넉한 오대산 숲길…평창 매력 여기 다 있소

입력 2018-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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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겨울 하늘을 머리에 이고 힘차게 돌아가는 삼양대관령목장 정상 동해전망대 부근 풍력발전기.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스님들 오가던 선재길, 겨울 트레킹 묘미
삼양목장, 1000m 정상 풍력발전기 장관
오대천 얼음 위에서 느끼는 손맛, 송어축제

지구촌 겨울축제인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축제의 주무대인 강원도 평창 일원은 요즘 올림픽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메가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지만, 평창과 그 일원은 사실 예전부터 겨울여행 명소로 손꼽히던 곳이다. 오대산과 대관령을 중심으로 평창, 횡계, 진부, 봉평 등에는 천년 넘는 역사의 고찰부터 겨울 트레킹 명소, 얼음낚시 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올림픽 경기를 참관하거나, 아니면 경기장 입장은 안하더라도 현지에서 열기라도 느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평창 겨울 명소와 축제를 묶어 당일치기 또는 1,2박의 단기겨울여행을 생각해 보자. 경강선 KTX 개통으로 한결 편해진 교통과 함께 겨울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오대천을 가로질러 숲속으로 이어지는 천년 깨달음의 수행로 오대산 선재길.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소복히 쌓인 눈과 겨울 숲, 오대산 선재길

겨울여행의 명소 오대산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월정사에서 시작해 동피골을 거쳐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의 선재길은 난이도가 가장 무난하다. 길 대부분이 높낮이가 적은 평지여서 부담없이 겨울산을 즐기기 좋다. 1960년대 말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스님이나 신자들이 오가던 숲길이다.

가을 단풍 명소로 유명하지만, 겨울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남아있는 숲길을 걷는 즐거움도 못지않다. 선재길은 오대천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중간에 몇 번 오대천을 가로지른다. 월정사에서 5km 남짓 떨어진 동피골까지는 키가 큰 신갈나무와 단풍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동피골에는 멸종위기식물원이 있다. 오대산 자생 멸종위기종과 특정식물 등 30여종의 희귀식물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원형태로 조성했다. 동피골을 지나 조릿대 숲길과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살짝 경사진 상원사로 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그래도 겨울에는 눈이 쌓이거나 얼음이 있는 곳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젠, 스패치, 스틱 같은 겨울장비를 갖추는 게 좋다. 길 옆 도로에 월정사-동피골-상원사 입구까지 버스가 다녀 힘들면 이를 이용하면 된다.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유명한 월정사 앞의 전나무 숲길.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도깨비’ 속 숲길과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

각각 선재길의 시작과 끝에 있는 두 절은 모두 천 년이 넘는 역사의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에는 석가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팔각구층석탑과 약왕보살상이라 하는 보물 제139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 있다. 절의 성보박물관에는 귀중한 불교 유물과 강원 남부 60여개 사찰의 성보들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월정사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약 1km 구간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전나무 숲길이다. 평균수령 83년, 최고 370년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늘어선 산책길이다. 이곳도 나뭇가지와 숲길에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풍광이 멋진 곳이다. 선재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4)에 신라의 보천과 효명 왕자가 창건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선원으로 입구에 커다란 잎갈나무가 있고 관대걸이라는 돌 조각이 있다. 조선 왕실의 보호를 받았던 이 절에는 현존 동종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상원사동종(국보 제 36호)이 있다.

삼양대관령목장 정상 동해전망대의 풍력발전기.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53기 풍력발전기의 장관, 삼양대관령목장

‘청정지역’ 대관령에는 하늘목장, 대관령양떼목장, 삼양대관령목장 등 여행객이 방문할 수 있는 명소가 여럿 있다.

삼양목장은 총면적 2000ha, 초지 면적 600ha인 동양 최대의 초지 목장이다. 여의도의 7.5배 크기이다. 삼양대관령목장은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4.5km에 걸쳐 양과 소 방목지, 타조 사육지, 연애소설나무 쉼터, 산책 목책로 등 5개 구간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삼양목장의 겨울철 최고 매력 포인트는 해발 1000m가 넘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다.

주변 언덕 정상에 자리잡은 53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장관과 그 너머로 보이는 동해 바다가 압도적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목장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가야 하지만,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겨울에는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또한 광장에서 걸어서 동해전망대까지 갈 수도 있다. 다만 높낮이가 꽤 크고 가파른 비탈길을 제법 가야 해서 적지않은 체력이 요구된다.

삼양목장과 함께 묶어서 돌아볼 수 있는 대관령양떼목장은 구릉지대에 자리한 관광목장이다. 겨울에는 초지에 양을 방목하지 않지만, 대신 축사에 있는 양들에게 건초먹이주기체험을 할 수 있다. 구릉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림 같은 40분 길이의 산책로도 있다.

겨울 얼음낚시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빙판 송어잡이,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

평창에서는 올림픽 기간(2월9일∼25일) 동안 다양한 겨울축제가 함께 열린다. 올림픽 테마관광 상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최근 평창송어축제는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로, 대관령눈꽃축제는 ‘스노우랜드 눈꽃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은 지난해 12월22일 개막해 올림픽이 끝나는 2월25일까지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꽁꽁 언 오대천 위에 자리잡고 얼음낚시로 송어를 낚는 재미다.

송어낚시는 미끼를 쓰지 않는데, 초보자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한편, 대관령 횡계리 일원에서는 2월7일부터 22일까지 ‘스노우랜드 눈꽃페스티벌’ 도 열린다. 동화 주인공부터 인기 캐릭터, 각국의 명품 건축물까지 다양한 눈조각을 즐길 수 있다.

평창|글·사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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