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최리 “이병헌 선배와 호흡…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죠”

입력 2018-01-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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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최리.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최리

“죽기 전에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던 선배들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선배가 아니다’ 주문”

연일 몰아치는 기록적인 한파가 무색할 만큼 연기자 최리(23)의 얼굴에서는 싱그러운 봄의 향기가 느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직 보이지 않은 매력이 얼마나 많을지, 그 기대감에 앞으로 그에게서 눈을 떼기 어려울 것 같다.

최리는 2월24일이면 데뷔한 지 2년이 되는 신인이다. 날짜를 정확히 짚으면서 자신의 2년을 소개하는 그에게 ‘2월24일’의 의미는 각별하다. 데뷔작인 영화 ‘귀향’이 개봉한 날이기 때문이다. 대학(중앙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다 고교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조정래 감독의 요청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지만 당시만 해도 연기를 자신의 길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기회는 운명처럼 이어졌다. ‘귀향’ 이후 최리는 ‘도깨비’와 ‘마녀의 법정’ 등 인기 드라마에 참여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제작 JK필름)을 통해서도 새로운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출연작이 전부 성공하는 ‘운’도 따른다.

“실제로는 웃음이 많고 목소리 톤도 높아서 ‘귀향’으로만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란다. 하하! 밝은 성격이지만 연기만큼은 늘 고민이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미리 준비를 해 연기를 시작한 것도 아니라서 부끄러울 때도 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최리.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어릴 때부터 무용대회에 나가며 경쟁에 익숙하다”는 최리는 때문에 “내 자신에 대한 평가도 엄격한 편”이라고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호평을 받지만 이런 칭찬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1, 2차 오디션을 통과하고 3차 오디션에 갔더니 모자를 푹 눌러쓴 이병헌, 박정민 선배가 앉아있더라. 미친듯이 떨렸다. 집에 와서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하하! 나중에 들었지만 이병헌 선배는 자신도 연기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다면서, 나도 연기를 배워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뽑았다고 말해줬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화해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서 최리는 영화의 채도를 높이는 활력소나 다름없다. 가족과 반목하는 전직 복서 이병헌, 서번트 증후군의 박정민을 유쾌하게 쥐락펴락한다.

“연기자가 되고나서 죽기 전에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선배들을 만났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긴장했지만 촬영하는 그 순간만큼은 ‘선배가 아니다. 영화 속 인물일 뿐이다’고 주문을 외웠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최리.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최리는 한 번 꽂히는 일은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참여한 작품에 관한 기사를 몽땅 읽고 또 읽는 일은 다반사. 관심 분야도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나눔의 집을 찾아 봉사하고 ‘귀향’과 지난해 개봉한 후속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관련 문제를 세상에 알린 활동 덕분이다. 최리는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 부끄럽다”고 했다.

나이답지 않게 ‘속이 꽉 차’ 보이지만 평소 일상에선 웃음 많은, 딱 여대생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먹는 거다. 맛집 찾아다니면서 다 먹어본다. 무용과에서 많이 먹는 ‘식신’ 1∼2위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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