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함박눈·영하의 날씨, 혹한기 실감한 90분

입력 2018-01-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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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대단한 한파가 한반도를 덮쳐왔다. 좀처럼 수온주가 올라가지 않는 영하권 기온에 맹렬한 바람이 더해졌다. 건조하고 살을 에는 날씨에 전국 곳곳에서 수도관이 터지는 등 동파 사고가 속출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경기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K리그1(클래식) 수원 삼성과 탄호아(베트남)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PO) 단판승부.

승자는 대회 조별리그(32강)에 입성하기에 결코 물러설 수 없던 매치 업은 진정한 ‘혹한기 축구’였다. 다행히 추위는 다소 누그러졌다. 킥오프 시간(오후 7시 30분)을 즈음한 경기장 주변 기온은 영하 1∼3도를 오갔다.

전날보다 7도 가량 올라갔다. 바람도 덜 불었다. 물론 조건이 좋은 건 아니었다. 정오를 즈음해 흩날린 싸락눈은 점차 함박눈으로 변했다. 경기장 안팎이 금세 하얗게 변했다. 바닥까지 얼어붙은 그라운드는 대형 방수포를 덮어놓았음에도 딱딱했고, 살얼음이 끼인 잔디는 날카로웠다.

전날(29일) 경기감독관 알리 지브릴(팔레스타인)은 “좀더 물을 뿌리라”고 지시했으나 꽁꽁 얼어붙은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수원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날씨였다. 가만히 있어도 괴로운 추위 속에 선수들의 정상급 경기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수원삼성과 탄호아(베트남)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수원삼성 데얀이 탄호아 수비와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수원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상대는 더했다. 지난주 이스턴SC(홍콩)와 1차 PO 원정을 이겨 수원에 도착한 탄 호아는 피로가 만만치 않았다. ACL 출전 팀들은 원정 항공편을 미리 예약하지만 국제경험이 전무한 탄 호아는 예상치 못한 한국행에 대책을 세우지 못해 출국 항공편을 분리했다. 전원이 숙소에 모인 건 29일 새벽녘이었다. 연중 내내 고온다습한 베트남이니 눈을 봤거나 뼛속 깊은 추위를 느껴봤던 탄 호아 선수는 전무했다. 방한대책도 딱히 없었다. 점퍼는 지참했지만 유니폼 속에 받치는 타이즈를 준비하지 못해 수원 선수단에서 대여했다.

수원 구단은 아예 스포츠용품 매장을 소개해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와중에 마리안 미하일(루마니아) 감독과 선수 2명은 AFC가 발급한 AD카드조차 지참하지 않아 경기감독관에게 사정해 경기장에 입장했다. AD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수원 측 양해를 구했다. 첫 경험이 낳은 해프닝이었다.

관전 여건도 좋을 수 없었다. 수원 구단은 흥행우려에도 불구, 관중석 일부와 동파가 우려된 몇몇 화장실들을 폐쇄했다. 취재석도 비어있는 경기장 스카이박스로 옮기는 등 부산을 떨었다. 수원 관계자는 “부상 우려가 큰 그라운드다. 두 팀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혹한기 축구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사고는 없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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