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도 당했다”…충무로에도 ‘미투’

입력 2018-02-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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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영화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현주 감독. 사진제공|KAPA

이현주 감독 사건 계기로 피해 고발 봇물
지난해 김기덕 감독 고소 여배우도 동참


영화계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선언이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더는 감추지 않겠다는 연대의 시작이다. 영화 관련 단체들도 피해방지를 위한 논의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현재 영화계를 달구는 여성 영화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은 미투 움직임을 확대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독립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은 2015년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료인 영화감독 A씨를 준유사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실은 이달 초 A씨가 SNS에 “미투에 동참한다”는 글을 쓰면서 알려졌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톱스타들이 촉발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이다. 이에 용기를 얻은 서지현 검사가 최근 성추행 피해 사건을 폭로하면서 국내서 본격 시작됐고, 그 분위기가 영화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이현주 감독은 6일 스스로 실명을 밝힌 뒤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지지하는 ‘#With you’ 운동까지 시작됐다. ‘연애담’ 배급사 인디플러그 역시 7일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공유한다”고 사과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현주 감독을 제명했다.

영화 관련 단체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두 감독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 2차 피해를 촉발하는 ‘사건무마’ 시도가 학교 내 일부 교수를 통해 벌어졌다는 주장까지 나온 만큼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기덕 감독. 동아닷컴DB


이와 함께 지난해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B씨도 최근 ‘미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B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성배우 신체 일부를 만지게 했다는 등의 혐의로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작 ‘현장’의 심각성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영화배우 및 스태프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에서 여성 11.5%(남성 2.6%)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9.0%(남성 9.7%)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의 성별은 여성(7.9%)보다 남성(91.7%)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책 마련을 위한 영화계의 움직임도 빠르다. 여성영화인모임과 임순례 영화감독, 영화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이 주축이 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곧 출범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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