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보안검색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철저한 검사가 이뤄진다면 그 절차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준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1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텀블러 반입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정한 터라 많은 관계자와 관중들이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음료를 구매해 반입하곤 했다.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텀블러는 반입할 수 없지만, 1회용 컵은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말이 달라졌다. 보안검색 직원은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보고 “한 모금 마신 뒤 반입하라”고 했다. 혹여 컵에 담긴 액체가 유독물질일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철저히 가이드라인을 따랐으니 문제될 게 없다.
최근에는 또 달라졌다. 17일 아이스아레나 보안검색 직원들은 한 취재진이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반입하려 하자 “들어가기 전에 다 마시거나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바뀌는 보안검색 기준에 항의하자 “우리도 모른다. 우리에게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조직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보안 담당 매니저에게 들은 얘기”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 이 직원의 말대로면 조직위가 아닌 보안팀이 알아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는 얘기인데, 이는 조직위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한 관계자도 “한번 파악해보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했다.
기자는 18일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담아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찾았다. 아무런 제지 없이 반입이 가능했다. 이는 경기장마다, 날마다 보안검색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한 외신 기자는 “매일같이 경기장을 찾는데, 매번 기준이 다르다. 동료들에게 내 경험대로 ‘커피를 사서 들어가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보안검색 기준부터 뒤죽박죽인 대회 운영,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