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반환점 지났는데, 여전히 뒤죽박죽인 보안검색 기준

입력 2018-02-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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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았다. 쇼트트랙 임효준과 최민정, 스켈레톤 윤성빈이 값진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동메달을 따낸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과 쇼트트랙 서이라의 투혼도 돋보였다. 선수들은 연일 최고의 경기를 선물하고 있지만, 경기장 밖에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매일 바뀌다시피 하는 보안검색 기준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계자와 관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변함없는 것은 하나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특유의 떠넘기기 전략이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보안검색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철저한 검사가 이뤄진다면 그 절차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준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1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텀블러 반입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정한 터라 많은 관계자와 관중들이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음료를 구매해 반입하곤 했다.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텀블러는 반입할 수 없지만, 1회용 컵은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말이 달라졌다. 보안검색 직원은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보고 “한 모금 마신 뒤 반입하라”고 했다. 혹여 컵에 담긴 액체가 유독물질일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철저히 가이드라인을 따랐으니 문제될 게 없다.

최근에는 또 달라졌다. 17일 아이스아레나 보안검색 직원들은 한 취재진이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반입하려 하자 “들어가기 전에 다 마시거나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바뀌는 보안검색 기준에 항의하자 “우리도 모른다. 우리에게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조직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보안 담당 매니저에게 들은 얘기”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 이 직원의 말대로면 조직위가 아닌 보안팀이 알아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는 얘기인데, 이는 조직위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한 관계자도 “한번 파악해보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했다.

기자는 18일 1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담아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찾았다. 아무런 제지 없이 반입이 가능했다. 이는 경기장마다, 날마다 보안검색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한 외신 기자는 “매일같이 경기장을 찾는데, 매번 기준이 다르다. 동료들에게 내 경험대로 ‘커피를 사서 들어가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보안검색 기준부터 뒤죽박죽인 대회 운영,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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