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무시한 KBL 김영기 총재의 ‘단신 사랑’

입력 2018-03-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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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김영기 총재. 사진제공|KBL

KBL 김영기 총재의 ‘단신 테크니션 사랑’은 막을 수 없는 것일까.

KBL은 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제23기 3차 이사회를 갖고 외국선수제도 및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일정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주요안건은 외국선수제도였다. 이사회는 2018~2019시즌부터 시행하는 자유선발제도의 신장 기준을 장신선수 200㎝이하, 단신선수 186㎝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다. 재논의가 이뤄진 배경이 있다.

외국인 선수의 신장제한은 전적으로 김 총재의 작품이다. 그는 2014년 취임 이후 단신 테크니션 영입을 유도하기 위해 신장제한(장신 무제한·단신 193㎝ 이하)과 함께 2명 보유 2명 출전(총 60분 출전)으로 제도 변화를 줬다. 193㎝이하의 신장 제한으로는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부각되자 신장을 더 낮춰버렸다.

191cm의 에밋은 내년부터 장신 선수로 분류된다. 스포츠동아DB


문제는 구단 프런트, 코칭스태프 등 현장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의견이 사무국장 회의에서 취합이 됐고, 이는 이사회에 전달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신장제한 폐지를 찬성했다. 외국인선수 출전쿼터 축소에는 10개 구단이 한 목소리를 냈다. 외국인 선수들이 지배하는 리그가 아닌 국내 선수들이 더 활약할 수 있는, 국내 선수들 중 스타가 나올 수 있는 리그를 만들자는 게 그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 총재는 현장의 의견을 무시했다. 10개 구단 중 단, 한 구단 단장이 기존 방안을 뒤집는 것을 반대하자 소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장제한 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다만, 외국인선수 출전쿼터 축소는 다시 논의해 보기로 했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바꾼다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KBL이사회 결정은 다수결이 기본이지만 한 번 결정이 된 제도를 바꾸는 것은 10개 구단이 모두 동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단은 바뀐 신장제한으로 한 시즌을 해보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부터 볼 수 없는 로드 벤슨(206.7cm)-데이비드 사이먼(203cm). 스포츠동아DB


외국선수 출전쿼터 조정의 뜻을 나타낸 것은 현장의견을 수렴한 모양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장 제한을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KBL 수뇌부가 김 총재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받아들인 절충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총장은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준비했다.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뛰면서 평균 득점이 늘었고 경기도 빨라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고득점 경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가. 이 부분도 단신 선수들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흥행을 위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KBL 사국국장회의에서는 단신 외국인선수를 도입한 이후 시청률, 관중 등 KBL의 각종 마케팅 지표가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KBL 수뇌부는 계속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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